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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비정규직 울리는 비정규 ‘보호’법

[시민광장]

 

작년 11월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듯 비정규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해고, 계약해지와 외주&용역화 사태가 번지고 있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법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취지인데 현실에서는 기업들이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관련 업무를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답시고 만들어놓은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강요하는 꼴이다. 이러한 상황은 부문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

 

예컨대 공공, 금융, 유통 등의 업종에서는 대부분 5년 이상, 많게는 20년 가까이 계약갱신을 하며 장기계약직으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있다. 학교, 구청, 병원과 같은 공공기관, 증권사, 은행, 농협 등의 금융회사,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호텔 등 유통 서비스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고를 받고 길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행태는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대부분이 여성인 홈에버 매장의 계산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600여명 계약해지 하는가 하면, 뉴코아에서도 5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 해고했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는 해고를 자행한 것이다.

 

홈에버의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은 80만원 정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정규직과는 2배 이상의 격차 속에서 근무를 해왔다. 회사는 그녀들을 그렇게 실컷 부려먹다가 이제는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한다.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람은 130억이나 되는 돈을 십일조로 헌금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싸움에 나서서 생전 처음 집회도 하고 매장점거 파업도 하는 것이다. 누가 이들을 투사로 만들었나?

 

비정규직 확산하는 정부·기업

 

경총에서는 비정규직 법안 통과 이후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라는 지침을 만들어서 회원사들에게 배포했다. 그 지침의 내용은 정규직과 완전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정규직화를 하되 그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어려울 경우 분리직군제 도입, 파견과 기간제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방식, 아웃소싱, 임금유연성 확보 등의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결국 법망을 피해 비정규직을 최대한 확대하라는 얘기다.

더욱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를 통해 일부만을 무기계약화하고 외주화를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법 시행령에서 2년이 넘어도 계속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직종을 각종 전문직을 포함하여 수백 개 업종으로 확대했고, 파견제 역시 사실상 대부분의 업무를 허용하는 등 비정규직 확대를 부추기는데 앞장서 왔다.

법안 폐기와 권리 보장 절실

 

일각에서는 ‘분리직군’ 혹은 ‘무기계약’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임금과 근로조건은 별달리 개선하지 않고 계약기간만 늘리는 별도의 직군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일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을 철폐하지는 못할망정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는 법은 있어서는 안된다.

 

빈곤심화와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이 비정규직 문제 아니던가? 정부와 자본 측이 부추기고 방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이제는 모든 사회운동이 나서서 연대하고 함께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매장을 점거하고 제대로된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는 이랜드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열띤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정의와 연대의 희망을 그려본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노동국장

 

제11호 19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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