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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경인-경부운하 만남, 토건족들의 불륜

[시론]

 

지난 7월 2일, 열린우리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추진한다는 당론을 결정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경인운하 건설을,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세력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운하건설 논란이 이들 '쌍끌이 세력'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게 생겼다.

 

명함만 찍어 다니는 시민단체?

한심스러운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당론을 결정하는 모양은 최고위원회 회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사실상 송영길 사무총장의 지역구 민원 떼쓰기를 당이 나서서 손들어 준 꼴이다. 송영길 의원은 경인운하 건설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이리도 저리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사회적 합의기구(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와서 자신의 지역구에 유리한 결정은 취하고, 불리한 주장과 논의에 대해서는 “명함만 찍어서 다니는 시민단체” 운운하며 스스로 거버넌스 가치에 대해 문외한인 전근대적 국가주의자임을 드러낸 사람이다.

한때는 국회 제1당이자 여당으로서 국정의 책임있는 파트너이기도 했던 열린우리당이 이렇듯 당론을 딱지치기보다 못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걸 보면 가파른 내리막의 뒷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우리 민초들은 한심스럽다고 개탄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 토건족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아직도 경인운하는 되고, 경부운하는 안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왜 그런가?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있고 경부운하는 경제성이 없어서? 그렇지 않다. 경인운하는 맨땅을 파는 것이고, 경부운하는 면면히 흘러온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수를 뒤집어놓는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경제성이 없기는 둘 다 마찬가지다.

오히려 토목&건축사업만이 우리사회를 장밋빛 미래로 만들 것처럼 혹세무민하는 토건세력으로서의 동질성이 그들을 한 몸이게 했다.

 

열린우리당이 경인운하 건설을 당론으로 결정한 이유는 네덜란드 DHV사의 경제성 평가(편익/비용분석)가 1.76으로 평가되어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98년 이후 경제성 문제가 꾸준히 논란이 돼 2000년대 초 KDI의 경제성 재평가, 이를 근거로 한 감사원의 재산정의 결과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왜 열린우리당은 최고의 국책연구기관과 감사기관의 결과는 믿지 못하고 경인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용역을 줘서 나온 결과만을 옳다고 주장하는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물동량의 과다추정, 편익의 과다산정, 접속도로 건설 등의 추가비용 누락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어느 경제학자의 경제성 평가결과 0.7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에 답변조차 제대로 못한 결과를 당론 결정 근거로 삼았다는 것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맹목적, 본능적 추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맹목적.본능적 추종 이제 그만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이명박 후보측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경부운하 건설사업의 경제성 분석 결과는 2.3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98년 수자원공사 보고서와 경제학자의 분석은 0.18이라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다시말해 100원을 투자하면 겨우 18원만 건질 수 있어 망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10년 이상 연구를 했기 때문에 잘 안다는 식으로 어물쩍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다.

 

이를 볼 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너무나 닮았다. 비판적 의견에 대한 무시와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옳다하며 밀어붙이는 토건족식 의사결정은 그들에게는 로맨스일 수 있으나 국민들이 볼 때는 볼썽사나운 불륜이다. 그 불륜의 끝이 궁금하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제11호 18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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