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교사에게도 학생 징계권을 부여하고 징계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학생들의 준법의식이 떨어지고 교권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처벌 조항은 미약하여 '학생 생활지도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검토·협의안’을 만들어 학생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거꾸로 가고 있다. 한심한 발상이다. 아이들에 대한 통제와 징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교권이 살아나고 준법의식이 살아날 수 있을까?
교권 회복의 정도
교사들이 학생 지도하는데 고충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라고 주장하는 사건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내 권력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약자이고, 여전히 아무런 변론권 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있고,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학생 체벌은 일상화 되어 있고 학생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학생들이 교권침해의 주범인양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하고 있는 현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리교육의 여러 주요 이슈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도 그렇고, 대학들의 2008년 내신 중심의 입시안 무력화기도가 그렇고,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고 고교를 서열화하기 위한 학교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공개 요구와 법제정, 그리고 소송제기 등이 그렇다.
학생-교사-학부모 고민
대학의 학생 선발자율권이란 특목고 학생, 강남학군 학생들을 우대하겠다는 대학들의 내맘대로식, 막가파식 자율권이다.
지난 2004년, 일정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내신 중심의 2008년 대학입시제도는 채 시행도 해보기도 전에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 되어 가고 있다. 2005년 자신들이 약속한 내신 50%반영 약속조차 파기하고 있는 대학들은 한결 같이 대학의 학생선발자율권을 외치고 있다,
입학생들의 입학성적으로 치열한 명문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들에게 내신중심 선발은 성적 우수학생들을 모셔오는데 불리 할 수밖에 없다. 특목고학생, 강남 부유층의 성적 우수학생에게는 내신제가 불리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내신중심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학부모 학생의 학교선택의 자유란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배경 좋아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을 위한 특권계층의 특권적인 학교선택권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소위 '뉴라이트' 진영에서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논리는 학교 근거리 배정원칙인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학업 성취도(혹은 수능성적)수준을 알 수 있어야 하며 학교간 학력차이를 인정(고교등급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정보공개법 논란으로 구체화되어 이어지고 있다.
이들에 의해 제출된 교육정보공개법이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자유주의교육연합'측 인사들이 제기한 수능성적 원자료 및 학업 성취도 결과 공개요구 소송에서도 고법은 자유주의교원연합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수능성적 원자료 및 학업 성취도결과를 공개할 경우 학교별, 지역별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이는 곧바로 고교등급제 실시하고 고교 평준화를 결정적으로 해체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토대가 된다.
우리교육문제의 본질은 대학이 서열화 되어있는 학력 학벌주의와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이다. 대학의 교육경쟁력은 입학생의 입학성적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력에 달려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준법의식이 미약하고 교권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것은 입시경쟁 교육에 밀려 전인적인 학생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 채 경쟁과 권력관계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권력 확대를 강화하기 위한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들은 그들만을 위한 자율과, 자유, 그리고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다.
'용' 대신 토양 가꿀 인재를
지난 어느 교육모임에서 사회자가 한 말이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개천에는 지렁이만 있습니다. 개천의 용은 저 혼자 잘나서 하늘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지만 개천의 지렁이는 자기가 사는 곳의 흙을 기름지게 만들어가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개천의 용이 되기길 바라기 보다는 개천에 지렁이로 남아서 우리가 살고 있는 토양을 다함께 기름지게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교육이 나아지고 발전하기보다는 자꾸 후퇴하고 무너져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교육운동진영은 그동안 무얼 한 걸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우리의 마음을 다잡게 만든 말이다. 우리아이들이 더 이상 입시 폭력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우리교육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다시 일어나서 꿈을 꾼다. 개천의 지렁이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가는 꿈,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제12호 15면 2007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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