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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6월20일 서울로 가야만 하는 이유

쇠고기 값이 미국보다 5배 비싸다는 허탈함

 

"쇠고기 등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일부 제품의 가격이 미국보다 최고 5배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 FTA 타결로 미국 제품의 무관세 수입이 이뤄지게 되면 그 만큼 소비자들의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두어 달쯤 전, 한우고기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뉴스 진행자의 맨트다. 바꿔서 얘기를 하면, ‘한우고기의 5분지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값싼 미국산 수입고기를 먹지! 비싼 한우고기를 먹고 있다는 거였다. ‘한우고기 가격이 정말 그렇게 비싼 것일까?’라며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중파방송 그것도 황금시간대 뉴스 첫맨트가 그랬으니 다들 그렇게 믿을 것이다. 사실. 필자 역시도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론자(?)’ 측에 가깝다는 부류지만, ‘미국의 무관세 수입육들이 시장에 쏟아지면 저렴한 고기를 먹게 되겠지!’ 라며 별생각 없이 받아 들인게 사실이다.

‘모이자, 6월 20일 서울광장으로!!
양파를 실어 나르다 나왔는지! 흙먼지가 수북하게 묻어나는 화물차의 적재함 위에 확성기를 장착하고 노란 깃발까지 꽂은 트럭 한대가 사무실 앞에 멈춘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전가요 때문에 귀가 따갑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다던 장마가 꿩 궈 먹은 소식인지라 날굳이(?) 라도 하는 것일까?‘ 라면서 밖으로 나갔다. 철도변쪽 동네에서 쌀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는 후배다. ’자네가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라며 자초지종을 물으니, ’한미 FTA저지 궐기대회‘ 참가대오를 조직하기 위해 선전전을 펼치는 중이라고 것이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던 사람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반가움 보다는 ‘하루 인건비가 얼마인데!’ 한참 논밭에서 막바지 농사일에 허리 펼 여유조차 없을 그런 사람을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이들은 왜! 6월20일 서울로 가야만 하는가?’ ‘간척지 논에서는 물이 부족해 심어놓은 벼 포기들이 붉게 타들어 가고, 양파 상차작업하는 하루 인건비가 20만원을 호가하는 이런 때에 비싼 기름을 태우면서 그 먼 곳까지 올라가 목이 터져라 '한미 FTA 반대'를 외쳐야 하는가!’ 그런 현실이 야속하다.  

한미 FTA 협상 타결! 다른 분야는 차지하고라도 농민의 아들이고, 농업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인지라 어떻게든 국회비준이 거부되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어제 밤 늦도록 모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TV 토론회를 지켜봤다. 협상을 총괄했던 정부 관료들과 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학계대표와 국회의원, 그리고 전문가의 설전이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분야마다 팽팽한 대립점을 그었고, 견해차가 분명했다.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 관료의 답변은 ‘밀어붙이기 협상’이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박봉이나마 녹을 먹는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협상 당사자인 정부 관료의 얘기를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이해득실을 따져 득이 되는 부분을 주민들한테 홍보하는데 앞장서야 하건만, 그러고 싶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것은, 대외적으론 ‘퍼주기 협상’이요. 대내적으로는 ‘졸속· 비밀협상’이라는 얘기들이 파다하고, 또 농업과 농민들은 피해자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난 농심을 다독거리기에는 그 시기가 벌써 지나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 한미 FTA 협상과정 및 결과를 놓고 국회 상임위별 청문회가 시작된다. 보건복지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를 시작으로 관련 상임위별로 설전은 불가피하다. 갖은 의혹 속에 불신만 가중되고 있는 협상내용들이 명명백백 밝혀지고, 다같이 득이 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면 한다. 문제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공개적으로 진행된 열련의 과정인지라 진상을 밝히고 검증에 나서게 될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에까지 자료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 세세한 것까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애석할 뿐이다.  

얘기가 조금은 빗나갔다. 하루 인건비가 20만원을 호가하고 벼논이 타들어 가는 이 시기에 농민단체들이 나서는 것은 ‘죽을때 죽더라도 ’꽥‘ 하는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고 죽겠다’는 사생결단 그것이다. 이런 절박함을 대할 때는 필자또한 정이 남아 있는지라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서두에 언급한 한우가격이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 5배가 비싸게 된 얘기를 하련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마)' 이라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재경부로부터 2,800만원의 용역비를 받아 세계 29개국의 소비자 물가를 조사해 발표하면서 국내산 특등급과 일본산 보통등급을 비교해서 의도적으로 한우 값이 비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찬성여론에 불을 지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말았으니 씁쓸할 뿐이다.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고, 어느 나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모임인지! 묻고 싶다. 또, 이 단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던 지난 2005년 5월에도 모 부처의 의뢰를 받아 미국 현지를 방문하고 와서 “미국 도축장들이 쇠고기 안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는 얘기를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니!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정부 방침을 따르고 시책을 적극 홍보해야 할 필자와 같은 사람이 생각해도 이런 모습들은 분노를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니! 국민이 반대는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면 힘 없는 국민은 누구를 믿으라는 건지! 아리송 할 뿐이다.  

끝으로, 세비만 축낸다는 말을 밥 먹듯 들어온 국회에 바란다. 비록 이번 임시회 회기일정은 촉박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 위해서 모처럼 좋은 일, 옳은 일 한다 셈치고, 한미 FTA 협정문 토씨하나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리해 달라고!

 

먼저, 바른 소리만 듣겠습니다. 옳은 얘기만 하겠습니다. 떳떳히 나서겠습니다. 그리고나서 제 밥그릇을 챙기겠습니다. 공무원노동자 '양파사랑'입니다. 노동해방 세상을 위해 노래하렵니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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