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바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이 국기에 대한 맹세의 기원은 1968년 충남교육청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초안에는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충성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나마 담겨있던 “정의와 진실”마저도 “몸과 마음을 바치는” 무조건적 복종을 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간 것이다.
학칙이 헌법보다 상위?
이러던 것을 1972년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시행하고, 1980년 국무총리지시로 국기에 대한 경례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병행 실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84년에 법률로서 고지되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의미를 상실해가면서 1996년에는 국기강하식 및 각종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시 애국가를 연주할 경우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송 생략하게 되었다.
“-맹세”는 박정희정권이 위기로 몰리면서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김해여고 판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해여고 사건은 국기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73년 여고생 6명이 제적당한 사건이다. 당시 학생들 쪽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1976년 대법원은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 역시 그들이 재학하는 학교의 학칙과 교내 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며 학교 쪽의 손을 들어줬다. 학칙이 헌법상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보다 상위에 있다고 한 놀라운 판결이었다.
국기나 나라꽃, 국가 등 국가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의식행위는 대부분 근대국가의 소산이다. 즉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국가주의를 부정적인 ‘맹세 강요’는 국제적인 위법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충성의 맹세’(Pledge of allegiance)는 애국주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이 헌법 1조 ‘국교금지 원칙’에 따라 하느님이라는 말을 문제삼아 위법펀결을 내렸다. 필리핀에도 비슷한 판례가 있다.
유럽선 전무
유럽에서는 전 국민이 외우고 있는 맹세문이 없을뿐더러 학교에서 국기·국가 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논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 가사를 모르는 사람도 허다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가 법으로 이런 국가 상징들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행자부의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현행대로 유지하는데는 찬성하지만 내용의 수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여하튼 계속 사용하더라도 맹목은 항상 비극으로 치닫는다. 기미가요와 국기에 대한 예를 거부하는 일교조의 교사들이 감봉을 감수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버려가며 저항하는 것은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차분히 생각하자. 무엇을 위해, 어떤대상에 맹세해야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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