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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화

"날개를 펴라, 하늘이 그대 것이다"

인문학에세이 출간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다른 어떤 것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럽다. 서툰 것 같아 정겹고 그림의 법칙에서 살짝 비켜난 듯 자유롭다. 국제정치학자·언론인·목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민웅 교수가 지난 달 펴낸 ‘자유인의 풍경, 김민웅의 인문학에세이’에는  이런 색연필화가 가득 실려 있다. 김 교수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재밌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면서 내 자신도 행복했다. 색연필, 물감, 펜 등을 가지고 세밀화, 일러스트 등 그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렸다. 세상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의 다양함을, 즐거움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의 삶을 다양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김상택 기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인문학의 상상력

그림만큼이나 글도 부드럽고 자유롭고 정겹다. 강박관념에 잡힌 현실의 대안적 상상력을 얘기하며 만화영화 ‘슈렉’의 피오나 공주를 등장시키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람들의 삶이 담긴 지도를 꿈꾼다. 하지만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꽃에 붙어있는 무당벌레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것처럼 영화, 연극, 시 등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집요하고 날카롭다. 펜은 칼 보다 강하다지만 그 펜을 쥐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언론을 경계한다. 타잔은 백인들의 유전학적 승리를 확신하는 세계관의 모습이고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줄을 탔던 것은 들판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용기로 가능했던 것이다.

이전의 글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에 썼던 글은 사회 이슈를 분석하고자 썼고 이 글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자 썼다. 둘 다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이다. 나의 생각들이 사람들의 삶과 최대한 만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쓰고자 했다. 지식인들도 지식의 세계에 갇혀있지 말고 대중과 만나는 일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요즘인데 인문학에세이를 들고 나온 이유를 물었다. “인간의 아픔을 끌어안고 희망을 얘기하는 게 인문학이고 인문주의다. 그동안 인문학이 이론으로만 그치고 대중의 삶과 깊이 만나지 못해 스스로 위기에 빠진 것이다. 내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것이 인문주의다. 이 책에서 시, 소설, 영화, 연극, 철학, 신화 등을 예로 인문학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인생을 살다 부딪치는 슬픔과 좌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예로 들었다. “길에 버려진 은박지를 보고 이중섭은 예술을 생각해냈다. 우리 현실도 비극적이다. 하지만 버려진 은박지에 우리의 현실이 있다면 그곳에 그림을 그려 은박지를 반짝이게 하는 데에는 이중섭의 열정과 꿈이 있었다. 우리 인생도 버려진 것 같지만 새로운 철필로 그려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담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다. 실존적 고민과 역사적 고민이 만날 때 희망의 담론이 생길 수 있다.”

글의 초고는 EBS 교육방송에서 진행하던 시사프로그램 한 코너의 원고였다. 인문주의 영역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공급해주면서 정겨운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생겨난 코너였다. 하지만 방송용 글이었기 때문에 새로 쓴 거나 다름없다. “보통 생활인들에게는 삶의 힘과 용기를 주고, 공부하는 사람에겐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훈련이 되고, 학생들에게는 논술공부를 뛰어넘어 인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앎과 삶에 대해 의문을 갖길 바라면서 다시 썼다.”

변화는 참여다

“곧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가슴에 깊이 안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인문주의적 생각을 놓쳐선 안 된다. 경제적 발상조차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여행을 해보면 해외에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공공건물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비싼 아파트가 있다. 모든 사람이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창조적 상상력을 모아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시집을 읽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정치연설문이 문학이 될 수는 없을까? 말 한 마디가 감동을 주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내고 그것을 들은 사람들이,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경쟁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조바심 속에서 불안해하며 그 흐름 속에 휘말려 따라간다. “정치지도자들이 당장의 삶에 대한 정책만 제시하니까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따라가 버린다. 1차원적인 삶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책 읽는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본질적인 욕망과 갈구가 있는데 이걸 채워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책의 첫 장에는 김 교수가 사람들이 책장을 덮으며 기억해줬으면 하는 한 가지 바람이 적혀있다. “추락하는 자는 날개를 접었기 때문이다. 그대, 끝까지 날개를 펴라. 하늘은 그대의 것이다.”

 

전상희 기자

 

제18호 13면 2007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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