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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설

법관위협이 가해자만의 잘못인가

사설

      

최근 법원행정처 자료는 법정소란과 법관위협이 2005년 9건에 이어 지난해 17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법원이 더한 모욕과 수치를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을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새 민사재판방식을 그전으로 되돌리거나 재정비가 급선무다. 새 민사재판방식이란 국민의 편의와 보다 효율적인 재판을 하기 위해 주장과 증거가 사전에 모두 교환되는 서면공방을 거쳐 법정심리는 가급적 1, 2회로 끝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재판방식을 악용 ‘사또재판’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게 민사재판의 현주소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주지하다시피 민사재판에선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권리의 발생을 저지하는 장애요소는 피고가 져야 한다. 그러나 판사가 가진 자 또는 검찰(경찰)을 편들면 처음부터 험로가 펼쳐진다. 준비명령, 석명권 불행사, 재판기일지정도 지연된다. 법원은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4, 5개월을 일부러 허송한 후 치열하게 다투는 원고에겐 고의로 방청인 없는 시간에 1회 변론기일지정, 원고의 진술조차 중간에 자르고 검찰본인 신문신청마저 이유 없이 불허한다. 당사자주의 민사재판에서 판사 자의로 결심한 뒤 모호한 논리조작으로 판결서를 꾸며 원고를 패소시키기도 한다. 반면 검찰은 형식적인 답변서 한번 던져놓고 있다가 변론기일에 사건내용도 모르는 검찰직원을 보내도 이기게 되어 있다. 즉 원고의 증거는 배척하고 피고의 주장은 증거로 채택 ‘선 판결 후 형식갖추기’ 재판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일반 민사재판도 별로 다를 게 없다. 1, 2심만 심각한 줄 알지만 대법원은 더 가관이다. 전체 상고사건 중 45%가 대법관 면전엔 가보지도 못한 채 재판연구관의 심리불속행 판결로 잘린다. ‘이유 없는 게 이유’라는 해괴한 판결서라 불문곡직이다. 즉 현저한 심리미진, 현저한 채증법칙 경험법칙위배, 중요한 증거판단 유탈,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때 당사자의 불이익이 중대한 경우 등 심리속행사유(審理續行事由)가 명백한 사건도 무력한 백성의 사건은 무쪽처럼 잘린다. 누가 재판기록을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소위 대법관출신 ‘전관예우 변호사’가 아닌 한 사건기록 검토마저 어렵다.

석명권(釋明權)이란 판사의 단순한 권능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 봉사하는 법원의 의무사항으로 민사소송법이 강화된지 오래이다. 그 행사를 태만히 하거나 잘못하면 심리미진의 위법으로 상고이유가 된다. 그러나 이게 아니지 않는가. ‘사과를 배’라고 해도 그만이요 심리불속행으로 쓰레기 치우듯 하는 판에 개정된 민사소송법인들 빛바랜 활자 아닌지 묻고 싶다. 견제 없는 재판권을 이겨낼 민중은 없다. 오죽했으면 감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배꼽 좀 석궁으로 다쳤다가 구속되어 칠팔월 염천에 숨 가쁜 김명호 전 교수가 4차 공판 중 ‘이렇게 (뭣)같은 재판정도 없다’고 탄식과 분노의 항변을 터뜨렸겠는가. 석궁피습이 적법하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재판이 가진 자에 편승 허리 휜 약자에게 칼을 꽂으면 억울한 패소자의 일생이 망가지고 가족 가정의 평화마저 풍비박산 된다. 정신이상자로 거리를 배회하고 자살자도 속출한다. 오랜 세월 낙숫물에 돌이 깨지듯 소리 소문 없이 무너지는 유무형의 그 참혹한 피해와 통한의 원인규명은 제쳐두고 석궁만 가지고 떠들텐가. 주객이 바뀐 건 아닌지 사법부의 맹성을 당부해 본다.

정치도 법치를 근간으로 한다. 요즘 잘난 대통령 예비후보자와 국회의원들, 내로라하는 변호사회, 시민운동단체, ‘국민의 알 권리’를 들먹이는 언론 방송도 일반국민의 검찰 사법피해는 온갖 변명으로 회피한다. 뒤가 구리다는 반증 아니랴. 대검찰청과 대법원에도 감찰부와 윤리감사관실이 있지만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다. 되레 제 식구 ‘감싸부, 감싸관실’이 되어 억울한 민원인을 ‘괘씸죄’로 소리 없이 압박한다. 우리의 일상에 법과 무관한 게 없다. 그러므로 검찰과 법원이 썩으면 사회 구석구석 비리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경제도 후퇴하여 민생은 신음한다는 것을 찬머리 뜨거운 가슴으로 되새겨 볼 일이다.    

 

시민사회신문

 

제18호 19면 2007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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