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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설

천박스럽고 몰염치한 문화일보

[사설]

 

문화일보가 ‘대형사고’를 쳤다. 음란성 시비를 부른 연재소설 ‘강안남자’에 이어 지난 13일자에 신정아씨 알몸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색깔 그대로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에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의 기사를, 3면에 누드사진 두 장과 함께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시민사회가 격분한 것은 당연지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서울여성의전화, 언니네트워크, 언론노조, 언론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다음날 그동안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고려하지 않는 선정적인 보도행태를 보여 왔다면서, 특히 이번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관련 ‘성로비 의혹’ 제기 및 알몸사진 게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심각한 언론인권 침해 행위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우리는 시민사회의 이러한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신정아씨 관련 문화일보 보도는 언론이 사회 공기(公器)임을 망각한 치졸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언론 폭거’로 규정한다. 더욱이 언론들이 제철을 만난 듯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적절한 관계를 집중 보도하고, 나아가 이메일 제목과 내용까지 서슴없이 활자화하는 황색 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도덕과 윤리는 어디 갔는가. 개인의 앞뒤 모습을 찍은 나체 사진을 버젓이 실은 천박함과 몰염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정 독자의 알권리를 위한 판단이었는가.  

그래서 우리는 민언련이 주장한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내고,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문화일보가 정녕 언론이 맞는가’”라는 것과, 시민사회단체가 일성으로 낸 “‘포르노’에 근접한 문화일보, 자진 폐간하라”는 목소리에 흔쾌히 동의한다.

 

여성단체들의 분노하는 목소리도 절대적으로 옳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낙인찍힌 여성에게 사생활이 없다는 건 이미 한국사회에서 상식이 되었다고 하는 여성단체 말에 공감한다. 특히 돈과 권력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여성의 자본 획득 과정을 살피지 않고 성을 매개로 돈과 권력에 접근한다는데 이르러서는 우리 모두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간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일보의 비윤리성에 비난을 퍼붓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맞장구를 치고 있어 천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언론이 문화일보 복사판은 아닐텐데 ‘낙종’했다는 자괴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조금 낫다는 경향신문도 “신정아씨의 누드사진 진위가 더 의심스럽다”와 “신정아씨 누드사진 누가 왜?”라고 물어 ‘황색’에서 멀어지질 못했다.

 

 하물며 여타 신문은 오죽하겠는가. “신정아 도깨비행적…단정함 뒤엔 누드사진”(매경), “누드사진 진짜라면 단순 사생활로 치부하긴 불분명”(조선일보) 등 그 제목에서부터 선정성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나마 한겨레 정도가 “알몸사진이 알권리? 발가벗은 ‘황색언론’”이라는 기사와 사설에서 여타 언론을 질타했을 뿐이다.    

이번 문화일보 보도는 분명히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은 물론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 또한 피하기 어렵다. 언론이라는 허울을 쓰고 마구잡이식 사생활 폭로를 일삼는 행위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사회신문

 

제20호 19면 2007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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