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의 공약에 대한 정책 이행 책임성이 기대 이하라는 시민단체 평가는 충격을 준다. 경실련이 광역단체장의 공약에 대해 지난 1년간의 이행 정도를 예산 배분과 민·관 협력적 측면에서 검증한 결과는 지방자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광역자치단체의 공약이행을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서울시(2.98점)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단체는 중간도 못가는 형편없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주민참여 등 거버넌스(협치)가 현저하게 기대에 못 미친다. 제도에 대한 자문단은 있으나 시민의 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가 없다거나, 시장과의 만남도 년 6회에 불과했다. 더욱이 인천광역시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를 두고 인원배정이 없음을 이유로 설치할 수 없다는 조잡함을 드러냈다.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충남도는 주민참여를 위한 해당공약도 없었고 공약이행을 위한 정책과정에서도 거버넌스형 체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관 주도 공약 추진은 여전했다. 주민과 시민사회를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는 예기다. 협치라는 개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행정 개방성과 저비용 고효율, 갈등 조정 등 이미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몇몇 광역자치단체들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아니 아예 협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이와함께 대부분 광역자치단체는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배정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권한 범위를 넘어선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충남, 전북, 부산은 후보시절 공약했던 핵심 사업을 변경하기조차 했다. 정책에 대한 타당성 검토로 불가피하게 핵심공약을 바꿀 수 있겠지만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한 정책을 바꾸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되버린 꼴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이러한 피폐함에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주지하다시피 풀뿌리 민주주의는 의회제에 의한 간접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과 주민운동 등을 통해 직접정치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컬음은 지역이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행정 등 모든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서 기인한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정치가 실현된다는 의미다. 다시말해 주민의 참여민주주의가 그 근간에 있음을 뜻한다.
우리도 이러한 소중한 뜻을 담아 지난 1995년 민선지방자치를 출범시켰다. 당시 지방자치제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일각에서는 자지단체장의 권한 남용, 국론분열, 행정효율성의 저하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고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나름대로 자치단체간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관선시절과는 달리 민원서비스 확대, 복지서비스 향상 등 긍정적인 변화로 지방행정의 문턱도 낮아졌다. 이를 거울삼아 이제 더 이상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공약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번에 경실련이 광역자치단체 1년 정책 이행을 평가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지만 앞으로 남은 3년 임기동안 행정을 잘 펼쳐 다음 평가에서는 ‘최고 수준’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제14호 19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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