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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포털의 사회적 책임

[시민광장]

 

포털(Portal)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처음에는 이를 신생아에 불과한 포털에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영향력을 추격당한 기존 제도 언론의 볼멘소리 정도로 치부했는데, 어느 순간엔가 관료와 정치권이 여기에 동조하더니, 얼마 전 법원마저 포털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포털에 대한 이러한 공세는 부동의 1등 업체인 네이버에게로 집중된다. 이는 네이버가 어느덧 재벌이나 기존 제도 언론과 같은 권력이 되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네티즌들에 의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인기검색어 조작 의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억울할 법하다.

예컨대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포털회사가 ‘불법정보’가 유통되고 있음을 안 경우에는 즉시 차단하도록 함으로써 포털사의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이행불가능성’이란 전문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부가 네티즌이 올리는 동영상과 그들이 개설하는 카페에 올라가는 게시물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책임을 포털에게 묻기 시작한다면, 결국 포털은 그 사용자수 만큼의 감독자를 고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불법정보’ 개념의 정의에 정통부와 같은 국가권력이 개입하게 되는 순간 이는 ‘검열’의 문제와 같은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규제가 쉽지 않은 영역을 정부가 과잉 의혹을 부려 개입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규제의 자의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영역이 인터넷과 같이 변동성이 큰 영역이라면, 과연 정부가 네티즌들이나 포털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인센티브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포털을 키운 것은 규제가 아니라 네티즌들의 상상력과 기존 제도에 대한 도전 의식 아니었던가?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최선의 조치는 포털에 의해 권리를 침해받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다 쉽고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현재 네이버가 처한 형국은 사이버공간에 대한 낙관론적인 주장으로 돌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실제로 네이버와 같은 거대 포털의 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는 비록 그것이 일부 과장되었다 할지라도 실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규제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서 네이버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는 네이버 역시 막강한 로비력을 갖춘 집단으로 변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재벌처럼 자신의 재력과 영향력에 근거하여 일종의 ‘지대추구행위’를 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른 선택지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이 법률적 책임에만 안주하지 않고 이보다 한 발 더 앞서서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도대체 네이버 메인에 올라가는 뉴스는 어떤 기준에 따라 선정되는가. 이를 알기 위해 필자는 네이버의 사고(社告)는 물론 ‘지식In’ 검색까지 찾아봤지만 이를 찾을 수 없었다. 또 하나 기사의 댓글이나 블로그의 기사 혹은 UCC에 의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절차를 걸쳐 누구에게 그 자료의 삭제를 요구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네이버는 그동안 수차례 제기되어 이미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개인의 명예훼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적 대응 외에 어떤 행동을 했는가.

포털을 사용하는 여러 이해집단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았는가. 필자가 과문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아직까지 네이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집단들과 대화하고 해법을 제시했다는 소식을 들은바 없다.

많은 CSR(기업사회책임)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수준은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감시를 기업이 수용하는 정도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네티즌이 만드는 컨텐츠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기대를 걸게 마련이다. 따라서 네이버 스스로, 혹은 로펌의 법률자문을 통해 내놓는 해결책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그것이 다소 엉성하게 보일지라도- 더 설득력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실현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Don't be evil!’(악하지 말자!) 지금은 검색엔진의 제왕으로 등극한 구글이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당시 시장 지배자였던 야후의 태도를 비판하며 정한 모토라고 한다. 미국에 구글이 있다면 한국에는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이윤내기에만 충실한 수많은 회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할 줄 아는 좋은 기업이 될 것인지. 네이버, 아니 우리의 사이버 공간을 위한 길은 당연히 후자가 될 것이다.

네이버. ‘Don't be evil! Do be responsible(책임)!’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

 

제17호 19면 200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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