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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해외진출 한국기업 노동자의 인권

[시민운동 2.0]

 

가끔씩 주변에서 왜 국제민주연대에서 활동하는지 물어보면 웃으면서 ‘낚였다’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명감이나 정의감 이라고 대답하기는 참 민망하기 때문이다.

 

그들과의 만남

 

어쨌든 국제민주연대 자원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이 상근 활동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란 점에서 낚였다는 표현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2003년 겨울에 대학원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당시 자원활동 중이던 국제민주연대의 소개를 받아서 필리핀 가비테지역의 노동자지원센터에 한 달 정도 인턴을 하였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 인턴십의 경험이 지금 내 모습을 결정할거라고는 그때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노동자지원센터에 도착한 첫날부터 마칠 때까지 매일 센터의 활동들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날 힘들게 한 것은,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던 한국기업들의 비상식적인 인권탄압들이었다. 노조결성을 방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성추행까지…. 내가 만났었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한국기업에서 그들이 받았던 고통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저 젊은 날에 자랑거리로 치부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결국 그때의 경험과 인연은 해외한국기업의 노동인권문제를 활동으로 삼게 하였다. 왜냐하면 그 때 이후로 필리핀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필리핀 ‘친구’의 고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너무나 친근하고 따뜻했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난 이 활동을 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려운 것

 

처음에는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활동하다보니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노동인권을 다룬 다는 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일단 언어자체가 다르다보니 소통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었다. 솔직히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니 급한 일이 생기면 뒤로 미뤄질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인권탄압 사실들을 국내에 알리거나 해당 기업과 정부에 시정을 촉구하는 행동만으로는 실질적인 인권개선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조사를 벌이는 것이 중요한데 단체 재정여건상 현지 연락단체의 사정에 따라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점도 큰 문제였다. 그렇게 벽에 부딪혔을 때 선배 활동가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까지 어렵다고 불평하면서 실제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의욕과 말만 앞섰지, 실천과 전략이 부재했던 것이 바로 내 활동 모습이기도 하였다.

친구들이 온다

 

그 전까지 국제민주연대의 활동들은 주로 해외에 나가 현지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내에 알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에는 현지의 피해자들을 국내로 초청하여 활동하려고 한다. 마침 내가 인연을 맺은 가비테 지역 한국기업 2곳의 노동자들이 최근 살해위협을 받고 납치를 당하는 등 심각한 인권탄압을 겪는 중이었다.

또한 사회운동포럼이란 행사를 통해 한국의 인권운동과 노동운동간의 대화의 공간이 마련되는 기회도 찾아왔다. 그래서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사회운동포럼 행사 내에서 ‘해외한국기업 노동자와 한국의 사회운동’이란 기획단을 꾸려서 다음달 1일 오후 3시에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 필리핀 가비테 지역 노동자들과 인도네시아 노동활동가들을 초청하여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사실을 국내 노동자들에게 알리고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대책을 논의하려고 기획하려 한다.

또 3일부터 4일까지는 정부와 해당기업, 경제단체등을 방문하여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단체 및 개인을 초청하는 간담회도 준비하려한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알면서도 연대하지 못했던 한국의 운동들이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번 기회에 얼굴 맞대면서 좀 더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당장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을 ‘낚아볼’ 계획이다. 그래서 해외한국기업의 노동자들이 더 많은 한국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현필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

 

제17호 19면 200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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