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의 보편적 지향가치는 인간의 행복과 지구촌의 평화다. 우리는 이제 전쟁과 이념적 갈등보다는 평화와 화해를 더 많이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냉전의 고도인 한반도는 50년 이상의 분단의 멍에를 안은 채 세계사의 보편적 가치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한의 갈등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평화적 지역 협력체 구성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이러한 평화와 화해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한 내부의 경직된 냉전벨트다. 냉전벨트는 냉전의식과 냉전적인 법령과 제도 그리고 냉전문화를 조장하는 언론과 각종 출판물이다.
‘평화패러다임’ 보편적 가치에 동참을
이러한 냉전벨트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국가의 패러다임을 과거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패러다임에서 평화의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도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살상무기와 더 높은 GNP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고, 어느 나라가 인간의 더 많은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고 평화지수가 높은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화의 개념도 단순히 전쟁과 폭력이 없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에서 구조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 다시 말해 분쟁의 근본 원인의 제거 노력을 포함하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일부 냉전세력은 세계사적 보편가치의 실현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부와 권력이라는 자그마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주의에서 아직 못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일부는 민족공동체의 선과 공리 그리고 사회정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명분상으로는 반대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배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부와 권력을 쌓는데 1947년부터 시작된 국제 권력정치 속에서 미국과 소련의 헤게모니와 이념적 싸움에서 파생된 냉전질서를 철저히 이용했다. 특히 그들의 일부는 일제 식민지시대에는 친일행동을 통해 그리고 해방 후에는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이용해 부와 권력을 부도덕한 방법으로 쌓았다. 분단구조 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부도덕성을 비판할 수가 없었다. 그들 일부는 강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체제비판자나 양심적인 목소리를 용공세력 또는 친북 세력으로 매도해 한국사회에서 매장시켰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를 세운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세력과 반공세력과 결탁해 양심적 민족주의자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줄곧 이 땅에는 양심적인 민족주체세력이 정권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친일세력과 반공세력 그리고 쿠데타세력이 정권의 주체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그들은 일제 36년의 식민지불법성을 전혀 명시하지 않은 채 일본의 전범세력과 야합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탄생시켰다. 민족적 양심을 가진 지식인들 가운데는 끝까지 이들 세력에 저항한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지식인들은 묵인 내지는 방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세력은 지금도 학계, 종교계, 경제계, 언론계, 관계, 여성계, 법조계, 검찰, 군, 경찰 등 우리 사회의 광범한 영역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세력은 외세와 연계되어 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세력은 국내의 냉전세력과 상호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주고받으면서 강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를 저버린자, 누구인가
일부 냉전세력의 신념은 어느 경우든지 맹목적으로 반공만 열심히 하면 한국에서 부와 권력을 항상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자기들의 믿음이 민족공동체의 자주성과 도덕성 그리고 세계적 보편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맹목적인 반공이 민족의 갈등과 분단의 골을 얼마나 많이 심화시켰고, 양심적인 인사의 인권과 삶을 얼마나 파괴시켰는지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입으로는 반공과 국가안보를 외치지만 실제로 그들의 군대 경력이 명백하지 않고, 그들의 국적에는 항상 2중국적이라는 의혹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일부 냉전세력은 이 사회에서 분단구조를 이용하여 권력과 부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국민적 기본의무를 실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6·15 공동선언 이후 가장 주요한 민간통일운동의 과제는 남남대화를 통해 남한 내 보혁간의 소모적 갈등을 중단하고 주체적인 민족화해와 협력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러한 실천은 50년 동안 우리 의식을 지배해온 냉전의식불식과 냉전적인 법령정비다. 다시 말해 냉전벨트를 해체하는 일이다. 냉전의식을 불식시키는 유일한 길은 책임있고 신뢰성 있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온건 합리적인 ‘민족화해 시민연대’가 나서서 전국 방방곡곡에 성인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평화교육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는 일이다. 초중고에서의 학교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과거의 반공교육일변도에서 민족화해교육과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교재개발이 매우 주요하다.
민족화해 시민연대다
정부는 통일교육지원법 제6조에 근거해 간접적으로 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선 통일교육의 핵심내용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이해에 두어야 할 것이다. 후자의 냉전법령정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정감시단이 여야의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소신있게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냉전법령을 개폐하는 입법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지지와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일부 보수세력으로 부터의 강한 저항도 예상된다. 그러므로 우선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서서 이러한 일부 보수세력의 저항을 순화시키고, 정부도 6·15 공동선언의 취지를 설득, 국민적 공감대형성과 확산에 보다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
이제 새롭게 창간하는 시민사회신문과 더불어 우리 시민사회는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부합되지 않은 한반도의 냉전벨트의 해체에 항도자로서 그 역사적 소명을 충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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