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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반핵물결, 노란 유채로 다시 핀다

[시민운동2.0]

얼마 전 대전에서는 한국 유채 네트워크의 창립식 및 한·중·일 유채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채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제주도 신혼여행지의 사진 배경이 되었던 노란 꽃일듯 싶다. 그런 유채가 지금 전국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채 씨 기름을 활용한 바이오디젤 때문이다.

유채의 놀라운 능력

유채는 논과 밭에서 생산하는 석유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농민에 의하여 생산할 수 있는 환경 석유다. 석유처럼 지구온난화를 가져오거나, 우라늄처럼 엄청난 사회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공기를 정화하고 기름으로는 자동차를 굴리고 전기를 생산하여 지구를 식히는데 일조한다. 또한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위기에 처한 농업의 대안이다.

유채는 이렇듯 농업의 공익적인 가치를 높이고 농민에게 실익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순환형 농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수확하고 남은 짚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땅심을 높여주는 훌륭한 녹비작물이다. 식용으로 무쳐먹는 등 쌈 채소로 입을 즐겁게 하고, 유채기름은 최고 품질의 식용유이다. 기름을 짜고 난 유채 깻묵은 훌륭한 바이오매스의 자원이 되고, 친환경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유기농 퇴비가 되고, 양질의 가축사료가 된다. 이렇듯 유채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이다. 그뿐인가. 유채는 계절의 여왕 5월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노란 꽃을 피운다. 노란 꽃밭은 많은 도시인에게 훌륭한 자연경관을 제공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꿀을 생산하는 양봉업에서는 중요한 밀원이 된다. 또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만든다. 유채기름은 경유를 대체하는 디젤엔진 연료, 윤활유, 인쇄용 잉크, 세정제, 화장품, 플라스틱 가소제, 세제류의 무독성 계면활성제, 방역 소독 경유를 대체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등 EU에서는 바이오디젤(BD, Bio Diesel)이 상용화된 지 오래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부터 4년 동안 BD 20(경유 80, 바이오디젤 20 혼합을 의미) 시범보급 사업을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BD 5 %이하 혼합경유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는 전체 경유에 0.5%를 혼합하여 보급하고 있으니, BD 0.5가 올바른 표현인 셈이다. 경유첨가제 수준인 이 정도를 가지고 바이오디젤이라고 부르기에는 낯부끄러울 일이다. 시범사업보다 후퇴한 상용화 정책에다가 이러한 사업의 권한을 경쟁 상대인 정유회사에게 주었으니, 정부의 바이오디젤에 대한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채의 활용이 아무리 시대적인 추세이더라도 결국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느냐가 관건이다. 더 늦기 전에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을 모아나가야 한다. 국가적인 대처에 더 이상 시기를 늦추질 말아야 한다. 이미 에너지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는 자체 기술개발과 생산 및 소비 시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해다 팔기 일쑤이고, 애프터서비스는 커녕 회사의 잦은 부도와 무책임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에너지정책 전환해야

지자체는 어떠한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보다 먼저 가는 길에 대한 부담 등이 팽배해 있다. 그런가하면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례를 껍데기만 베껴오거나, 일이 되겠다 싶을 즈음에 너도 나도 가릴 것 없이 달려들어 이전투구를 벌이는 데에는 체면도 염치도 없다. 혹시라도 이런 식으로 추진하여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락시키는, 차라리 안하니 만 못한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03년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룬 전북 부안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바이오디젤용 유채에 대한 농민들의 참여와 재생가능 에너지운동을 통하여 당시 주민들이 외쳤던 구호를 실천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정책을 전환하라!’

대안을 마련하고, 희망을 만들고 있다. 비록 더디고 천천히 가고 있지만, 꾸준히 넓혀나가고 있다. 다시 한 번 정부에게 묻는다. 부안의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사회에 묻는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

 

제2호 19면 2007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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