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시민정치

열망에서 실망, 이제는 대립

'관료의 덫'에 빠진 지향 잃은 '희망'

한미FTA타결을 계기로 다시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기 직전까지 시민사회는 노무현 정부에게 위기의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 민관협치 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위 등 정부가 마련한 논의 탁자에 앉아왔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는 너무 자주, 많이 찾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가 아닌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논의가 이어져 언제 탈퇴할지를 가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주의 퇴행 지적까지=위기의 징후는 또한 너무 일찍부터 발견돼 왔다.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열망을 실망으로 바뀌게 할 조짐을 보였다. 지난 2001년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새만금 개발 사업 카드를 슬며시 꺼내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환경단체 및 지역 풀뿌리 단체와의 악연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방폐장 유치 지역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민주’도 ‘주민’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선거법 위반에 준하는 동원투표와 군산, 경주, 영덕, 포항 등에서 벌어진 망국적인 지역감정 충돌까지, 그동안 한국사회가 쌓아 놓은 절차 민주주의마저 퇴행시켰다는 한탄이 시민사회에서 흘러나왔다. 그나마 선정된 경주 지역은 현재 방폐장 이권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굴레는 계속되는 것이다.

김상택 기자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4일 살코기도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한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실망은 참여 개혁정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국보법 등 4대 개혁법안 처리 지연에서 뚜렷해진다. 여기에 정권 말기에나 보이던 관경유착의 도덕적 해이마저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 등에서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의 퇴행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확인시킨 것이 많다. 정 관 경 언 유착의 완결판일 것이라고 지목된 ‘X파일 사건’을 국민적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앞장서 덮어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 총수들 앞에서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한 발언은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열망을 가진 많은 민중들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또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어지러운 방향지시등 발언은 보수 진보세력 모두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관료의 덪에 빠진 참여정부=문제가 있는 정책이나 지엽적 사례를 넘어 노무현 정부가 시민사회를 실망에서 대립의 문턱까지 오게 한 것은 강조하던 국정 ‘시스템’에 스스로 말려 들어간 모습을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30여차례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임기 중 아파트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집 없는 서민들의 힘을 빼놓았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개발업자와 한 목소리를 내는 개발관료들의 틈에서 왜곡된 통계와 정책제안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등 관료의 덪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지난해 말 거의 동시에 관료감시 개혁운동을 선언한데는 이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벌어진 평택 대추리 사태는 국가권력의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민 보호가 우선돼야 할 공화국에서 군대가 동원된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축적된 갈등과 불신은 한미FTA로 터져 날카로운 대립의 각을 만들고 말았다. 대선 경선과정과 탄핵반대촛불집회 등에서 아낌없는 지지와 호응을 보냈던 시민들은 기대와 반비례해 쌓여가는 망실감을 안고 자신들이 건 ‘희망’에 등을 돌리고 있다.

“공과 냉정히 평가할 뿐”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를 묻는 것이다. 밖에서 덮어 씌어진 이미지나 관점을 앞세워 미리 재단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오관영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공과를 판단해 대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노무현 정부간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그렇고 어느 정부도 마찬가지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노무현 정부이기 때문에 안 된다거나, 원래부터 특별한 관계여서 그랬다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다고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책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부터 관계를 단절하고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일단 노무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했음에도 정책형성이나 발전과정에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FTA 타결은 매우 큰 문제다. 마치 나라의 운명을 자신의 결정하고 이를 결단이라고 하는 식의 형태는 비판 받아야 한다.
반면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돈 안쓰는 선거를 만드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잘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역시 노무현 정부는 시대가 요구한 과제가 있음에도 특히 양극화, 부동산, 교육 등 민생과 관련된 부분을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풀었고, 이 또한 비판할 수 밖에 없다.

-비판적 대응의 방식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애초부터 노무현 정부는 그렇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고, 쓸데없이 기대했다가 실망만 크다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차원이다. 시민단체 입장에선 냉정히 공과를 평가할 뿐이다.

 

이재환 기자

 

제1호 16면 2007년 4월 30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