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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풀뿌리시민운동의 희망은 지역재단이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지역재단발전위해 역량 다할 터
기업사회책임, 자선 넘어 투자로

지난 6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유럽의 공익재단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글로벌 박애활동을 위한 새로운 도전들’이란 주제로 열린 EFC(European Foundation Centre) 18차 연례총회에서였다. 5월 31일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6월 3일까지 4일간 열린 이번 총회는 컨퍼런스의 형식으로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공익재단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다양한 세션과 소주제로 구성되었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기부문화나 재단활동이 아직은 미약한 게 사실이다. 이번 컨퍼런스 참석 및 영국의 재단과 기업들을 돌아보고 온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만나 유럽의 재단현황과 한국의 공익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된 배경은.
▲유럽의 재단들에 대한 정보가 한국에는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현재 유럽의 재단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 하는지 유럽의 흐름을 알고, 배우고 싶었다. 한국인은 나와 동행한 재단 간사들 밖에 없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로 다뤄진 내용들은 무엇인가.
▲크게 빈곤문제, 기후변화, 전쟁과 내전 등 세 가지 이슈로 집중됐다. 세계의 20% 이상이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3천6백만 명이나 되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연구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기후변화의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보다 유럽 쪽 국가들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여전히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들의 내전, 그로 인한 난민의 발생 등 평화문제 또한 중요하다. 이는 전지구적인 문제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재단이나 시민사회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장을 모았다.

김상택 기자


또한 기업사회책임(CSR)과 관련된 논의도 활발했다. 각 기업들은 CSR을 시장논리적 접근이 아닌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이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CSR은 기업의 사회정책(CSP)과 사회적 파트너십(SP), 지역지원(SP) 등의 관점이 반영되어야 할 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상호이익을 생각하고 자선을 넘어 사회적 투자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윤리와 투명성 원칙을 지키면서 시민사회가 살아야 기업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유럽재단총회 참석

-다뤄진 내용 중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소주제에서 발표된 ‘이탈리아 재단의 변화’는 최근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지역재단운동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가 만난 활동가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2천명 단위의 작은 마을에서부터 1백만의 큰 도시에까지 지역재단을 만드는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었는데 이탈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지역재단운동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시민사회가 지역재단을 통해 자율적으로 자원을 마련하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배분 등을 논의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역재단은 지역의 자원이자 수단이다. 지역의 자율과 자치를 이루기 위한 그릇으로 재단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지역재단의 조건으로 지역의 재건에 힘쓰고 리더십과 지식, 훈련 등의 방법을 통한 지역투자, 독립성과 투명성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움직임, 공공선을 위한 지역연대 등이 손꼽혔다.

-지역재단운동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지역재단의 가시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다. 오는 23일에는 지역재단에 관심 있는 사람 혹은 이미 지역재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개 워크숍을 개최한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에서 주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지역재단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 분들에게 해외나 한국의 지역재단운동 사례 등 지역재단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역에 건강한 재단이 한 두 개씩 있다면 지역민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지역재단에 기부하고 배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적자원도 발전하고 지역사회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도 정착할 수 있다. 지역재단을 통해 자율적 지역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다.

오는 23일 공개워크숍

-하지만 한국의 경우 큰 단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그래도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지역재단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아름다운재단 지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활동가분들은 지역재단의 가능성에 대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의 풀뿌리정치에 한국시민사회가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 것처럼 지역재단운동도 곧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지역재단에서 사업 진행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 재단의 지역기부자들을 매년 만나는데 지역재단이 생긴다면 그 분들이 우리 재단이 아닌 지역재단의 기부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와 나는 지역재단이 크고 우리 재단이 더 줄어들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지역재단의 성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시민운동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어떻게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고 사회변화의 주도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란 고민을 몇 년 째 하고 있다. 대안의 중심에 지역재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지역재단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상택 기자

-출장 중 영국에선 어떤 활동을 했나.
▲영국엔 60여개의 지역재단이 있다. 스코틀랜드 뿐 아니라 전국에 퍼져있는데 자기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사업도 진행한다. 지역재단네트워크(CFN) 사무실을 방문해 영국의 지역재단 현황과 사업들에 대해 들었다.

다음달 18일부터 3일간 영국 리버풀에서 2년마다 열리는 영국의 전국지역재단회의에 참석할까 생각 중이다. 지역재단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자는 의미에서 주제가 ‘이매진(Imagine)'으로 정해진 것 같다. 리버풀이 비틀즈의 고향이기도 해서 그들의 노래제목을 인용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런던에 있는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라는 회사도 방문했었다. 한 마디로 비영리적 가치를 영리적인 메카니즘을 통해 확산시키는 회사다. 각 기업들이 CSR을 잘 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1982년 설립되어서 현재 800여개의 회사를 회원으로 하고 있으며 100여개의 해외 파트너 조직을 갖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마케팅과 일터, 환경문제, 지역발전 등 네 가지 영역에 관심을 갖고 CSR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년 이 회사에서 CSR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찰스 황태자도 참석한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영국 시민들에게 CSR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세상의 룰을 바꾼다’는 과제를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옥스팜(OXFAM) 사무실도 방문했다. 옥스팜은 비싼 광고비를 지출하면서까지 TV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노출한다. 그래야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해야 모금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보통 시민들이 단체의 이슈와 미션에 공감하면서 지속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역재단운동 확산해야

-한국의 공익재단 관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시민들이 기부를 안 한다는 것은 현상적인 분석이다. 시민들이 기꺼이 기부할 수 있는 아이템과 다양한 기부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언어로 다듬는 노력도 필요하다. 모금과 배분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 또한 잊어선 안 된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 비해 기부를 잘 안 한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에 참여한다. 그런 분들을 보며 한국사회의 희망을 본다. 지난 번 시민활동가대회에서 풀뿌리시민운동시상식에서 갔다가 수상소감하는 사람, 듣는 사람, 시상하는 나도 모두 울었다. 열심히 풀뿌리운동을 위해 지역에서 일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지역재단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역재단이 전문성을 갖고 시민모금을 활성화시켜 지역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들을 지원한다면 시민운동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인 지역재단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해야 할 때이다.

 

전상희 기자

 

제14호 3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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