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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소외 명문고 만들기?

소통과 참여 거부 교육현장 참교육 실종

 

완도 고등학교 갈등상황이 “청해진 고교강좌”를 계기로 표면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여 전. 완도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C모 교장과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대화 부재. 갈등상황이 학교 밖 사회에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모 군수는 완도군과 광주지역 모 사설학원이 공동개최해 완도 군민회관에서 열린 2006년 입시 설명회에서 “모 고등학교 교사의 실력이 낮아 문제”라고 발언했다가 나중에 강력한 항의를 받고 사과했으며. 학생이 모인 조회시간에 “너희는 공부도 못하고 말도 잘 안 듣고” 등등의 발언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의 신뢰와 믿음을 져버렸다.

현재 완도고등학교는 학교장과 학생. 교사. 학부형의 대화 통로가 닫혀있다고 한다. 학교장과 교사는 서로 불신하고 학부형은 자녀의 진학문제 등이 걸려있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학생은 더욱 말할 처지가 아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교육환경이 황폐화할 뿐이다.

완도고등학교는 전체 35명의 교사 중 3분의 2가 신규임용 3~5년차이다. 교육일선의 경험을 쌓은 경력교사가 너무도 부족한 것이다. 더욱이 기간제 교사(비정규 교사)가 6명이다. 학생의 특기 적성교육. 진로. 진학상담을 담당할

경력교사가 필요함에도 완도고등학교는 이에 답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완도 고등학교 측은 완도고등학교로 오고자 하는 교사가 없어 부득이 신규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완도고등학교는 교사가 좋아하고 일하고자 하는 직장으로서 하위에 속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교사가 열정으로 참교육을 담당하고 보람을 얻고자하는 교육현장으로 완도 고등학교를 택하고자 아니한다는 사실에서 완도 고등학교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교사도 직업인이기에 생활환경이 좋아야 한다. 교단에서는 참교육을 펴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학교장과 학부모. 학생과 대화의 장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조건이 먼저 갖추어져야 참교육. 명문학교 만들기도 그 시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완도군과 완도 고등학교는 7월 14일부터 약 6.5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완도 고등학교에서 매주 토. 일요일 광주 소재 모 유명학원 강사를 초청. “청해진 고교 강좌”라는 방과 후 학교 교육 형태의 강좌를 하고 있다. 강좌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논술 등 4개 과목이다.

강좌 수강학생은 완도고등학교에서 약 40여 명. 기타  섬 지역 고등학교에서 약 20여 명으로 총 60여 명이다. 문제는 정규 공교육을 담당하는 완도 고등학교 교실에서 사설학원 강사가 강의를 한다는 점과 완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만도 137명인데 40여 명 만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완도군과 완도 고등학교는 “청해진 고교강좌”를 개설하면서 지역 교육당국이나 학부형. 교사 등과 정상적인 토론이나 대화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그 후유증이 크게 드러나고 있다.

완도 고등학교 교사들은 청해진 고교 강좌를 하더라도 완도 고등학교 교실이 아닌 군청이나 군민회관 등 다른 곳에서 하여 달라고 요구해 왔다.  사설학원 강좌를 학교 안에서 하는 행위는 공교육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해도 C모 교장은 일언지하에 묵살해 왔다.

전교조 완도 지회와 지역사회 뜻있는 이들은 이처럼 청해진 고교 강좌가 고등학교 교실에서 극히 일부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지속할 때 정상적인 공교육은 의미를 잃고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하고 있다. 60명에 속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을 60명이라는 극히 일부 학생의 들러리 화하는 교육은 참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사설학원 강사의 교육자로서의 자질. 실력. 열정 등을 무슨 기준으로 측정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는 지역 명문고 만들기나 지역 교육발전. 교육환경개선 등 여러 명목으로 학숙 형태의 공립학원. 방과 후 학교. 사설강좌 등을 개설. 논란은 많으나 지역교육 수요자의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전국 어느 곳에서도 공교육을 담당하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사설학원 강사를 데려와 강좌를 여는 곳은 없다. 더욱이 해당학교 교사에게 한마디의 사전논의나 양해도 없이 진행하고 있는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다수 학생 중에서 극히 일부만 선별해 특혜를 주는 방식의 교육은 단기적으로는 엘리트 교육 효과를 가져 올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역교육환경을 더욱 황폐화 할 것이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교육의 핵심 이념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질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청해진 고교강좌처럼 거액의 군 예산을 들여 극히 일부에게만 특혜를 제공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일반원칙에 반하는 일이다.

이처럼 두 가지 예만 가지고도 청해진 고교강좌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완도군과 완도고등학교는 대다수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교육현장에서 소외하는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가로막는 일로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완도 지회는 “교육 공공성과 공익성을 훼손하는 소위 엘리트 중심의 교육”을 고집하는 완도군과 완도고등학교 교장 등에게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학생의 인성교육을 외면하고 성적지상주의만을 추구하는 반인간적 반이성적 행태로 말미암은 피해는 장. 단기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완도 지회는 농어촌 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사설학원이나 학숙. 방과 후 학교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함으로 “농어촌 교육 특별법 제정”을 포함. 총체적인 지역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완도군과 교육당국. 완도 지역사회는 도시보다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는 학생.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 했다.

완도 고등학교에서의 청해진 고교강좌 강의는 지역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완도군과 완도 고등학교의 좁은 시각과 임기응변적 대응 방식의 문제점 등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 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교육현실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정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청해진 고교강좌형태의 목표 직달적인 대응으로는 악순환을 지속할 뿐이다.

완도 고등학교 2006년 학생진학지도 예산이 너무나도 미미한 액수었다. 학생의 희망이나 특기 적성. 실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알맞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도록 돕는 일은 학생에게는 일생이 걸린 중대사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에 소액의 예산을 배정하는 완도 고등학교에 참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주문하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용현 참여자치 완도 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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