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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감동을 줄 수 있는 신문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 [11]

 

언론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는 꼭지의 칼럼을 쓸 것을 부탁받았을 때 좀 망설였다. 사실 우리는 남에게 무엇을 바라거나 요구하는 것은 쉽게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기는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시민사회신문이 어땠으면 좋겠다는 관점 보다는 시민사회신문을 보는 나는, 우리는 어때야 할까라는 관점에서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민사회가 바뀌면 시민사회의 공기(共器)로서의 시민사회신문은 자연히 그에 부합한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아무래도 초록정치연대라는 정치단체에서 초록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처지이다 보니 시민사회진영이 정치적 지형변화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민감하게 된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깊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선이라는 정치게임의 향방을 흥미있게 지켜보듯이 시민사회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왜곡된 인식 틀에 스스로의 위치를 규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득권 정치 주변에 기웃거리거나 아예 대놓고 정치판에 뛰어들기도 한다.

초록정치연대도 대놓고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부류이니 여기에 대한 비판에서는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득권 주변에서 기웃거리는 폐습을 단호히 끊고 낙선하든 어쨌든 간에 시민사회운동의 가치와 지향을 당당히 드러내고 말하겠다는 점에 있어서는 가상하게 봐줄만 하다고 생각한다.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시민운동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셨던 분들, 소위 시민운동의 명망가라 불리는 분들이 대놓고 정치하겠다고 나섰을 때의 그 모습들이 왜 저 정도 밖에 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시민운동을 오래 하셨다는 분들, 혹은 지금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들 안에도 운동은 운동대로 하고 결국 선택은 힘 있는 쪽, 될 것 같은 쪽으로 ‘쏠리는’ 관성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7월 21일, 전국시민운동가 대회를 마친 후 무주로 가서 허병섭 목사를 찾았다. 기독교계의 베스트셀러 중에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허 목사야 말로 당신이 성취한 것을 내려놓음으로 인해 더 높아짐을 삶을 통해 보여주시는 이다. 목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빈민으로 살며 ‘도시빈민의 대부’라 불렸고 최초의 민중교회도 세웠지만 목사직도 벗어던지고 ‘노가다 미장이’가 되어 거기서 노가다 공동체를 만들어 자활운동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다시 농부로 돌아가 흙 속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는 허 목사도 명망가로 불릴 만 하지만 사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에게는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그런데 사실 지역으로 들어가면 이름 없이, 보답도 없이 오랜 세월동안을 묵묵히 그들의 삶을 통해 운동을 보여주신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소개되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정치는 힘의 논리라고 치부하면서 한편으로는 운동을 함에 있어서도 흥행이 돼야 운동이라는 생각에 많이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감동을 주는 것은 정치든 운동이든 될 것 같은 곳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가기를 주저하는, 가지 않으려고 하는 곳을 기꺼이 찾아가 한 알의 밀알을 뿌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시민사회신문이 가야 할 길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땅의 언론 중 과연 흥행을 의식하지 않고 묻혀 있는 삶과 현장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매체가 시민사회신문 외에 따로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시민사회신문 창간호부터 쭉 보아온 느낌은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이나 시민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쏠림의 관성 또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기에 시민사회신문에 기대를 걸기 이전에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민사회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느 신문에서 본 강제철거를 당하고 울면서 젖가슴을 드러낸 채 시위하던 아주머니들의 사진 한 장이 나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도 그 사진을 실은 신문이 과연 어느 신문이었을까 하는 점이 무척 궁금하다. 나에게 언론의 역할이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사진이 준 충격과 감동으로 설명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시민사회신문의 모습 속에서 그 때 느꼈던 감동을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정원섭 초록정치연대 정책팀장

 

제14호 18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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