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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시민의 하소연을 들어라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 [10]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는 주제의 무지막지한 글을 부탁받고 며칠을 전전긍긍했다. 앞서 다른 이들이 쓴 글을 보니 ‘높은 시대적 소명의식정도는 가지고 살아가야 무언가 의미 있는 주문을 할 수 있겠구나’ 나에겐 버겁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시민사회신문의 역할에 대한 각계의 조언과 주문을 받는 것은 참으로 재미없는 일이다. 시민사회신문에 이미 몸 담그고 있는 분들이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길 지면까지 만들면서 재삼 곱씹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진지한 제안을 해주셨던 다른 이들의 충정과 이렇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좋은 언론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분들의 의도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난 그렇게 생각되는 걸 어찌하겠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좀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시대적 소명과 대단한 의제 같은 건 없애고 내가 선택된 배경이 되었을 것 같은 3년간의 국회생활에서 느끼는 가능성, 한계나 어려움 등도 생략하고 그냥 한없이 가볍게 하루 전에 있었던 내 일상의 그렇고 그런 정도의 이야길 툭 던지듯이 써본다.

툭 던지듯 말하자면

어제의 과음으로 오늘 오전부터 하루 종일 머리가 무진장 무거웠다. 속은 쓰리고 위와 간이 몸과 따로 놀고 있다. 꼭 오래 못살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탁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머리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맴돈다. 세상살이를 살다보면 마구 악다구니를 쓰고 싶어질 때가 가끔 있다.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먹먹할 땐 더욱 그렇다.

어제도 그랬던 것 같다. 휴대폰 붙들고 배터리가 뜨거워질 때까지 애꿎은 후배에게 한참 떠들어댔던 것 같다. 물론 무슨 말을 했는지 대부분은 잘 기억나질 않는다. 껄껄껄 한참 동안 웃기도 하고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하고 청승맞게 훌쩍거리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 그 순간은 마음의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다음날 착한 나의 후배는 전날의 아주 많이 민망했을 나를 되새김질 해준다. “뭐 그리 세상이 너무한다고 생떼 쓰며 덤비고 살아요. 그렇게 생각이 복잡해가지고 오래 살겠어. 나나 되니까 들어주지. 그리고 좋은 면도 좀 같이 보면 좋겠어. 하여간에 술 한 잔만 하면 선배는 아직도 전투모드야. 어디서 힘이 남아도는 건지 부럽기도 하지만 걱정도 무지 된다.“

“야 그게 원래 나 아니냐 그리고 그게 결코 과거가 아니라 현재 반복되고 있으니 문제 아니냐. 내가 요즘 좀 그래.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제자리인 것 같기도 하고 잘 해명이 안되서. 마음도 먹먹하고 일이 손에도 잘 안잡히고. 그래도 너 밖에 없다. 느즈막한 시간에 이 선배의 쓸데없는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은.”

세상살이가 참 어렵다. 주가는  2천 포인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에 우리네 삶은 그 반도 못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올라가는 주가만큼이나 어려움들 간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어려워지는 만큼 사람들의 가슴에도 답답함이 쌓여만 가는 것 같다. 한꺼번에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어딘가 대고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를 보면서 세상은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사람이 진정 희망인줄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지나온 과거 개발독재의 불도저식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이들이 기대를 품고 있다는 이 역설이 눈물겹게 싫기도 하다.

살기 어려울 때일수록 더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하는 것을 보통 하소연이라고 한다. 진정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앞에 놓여 있는 어려움 그 자체보다 그걸 들어주고 나눌 누군가가 없을 때인지 모른다. 전화통이라도 붙들고 하소연 할 수 있는 착한 후배가 있다는 것은 나에겐 참으로 다행이다.

시민사회신문이 시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게 내가 바라는 바다. 한 줄로 정리할 내용을 쓸데없이 길게도 썼다. 그리고 사족으로 좀 솔직해지자.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이야기하자. 뻔히 알면서 지면 채우지도 살려두지도 말자.


곽현 국회의원 보좌관

 

제13호 14면 2007년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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