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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작은 인권이야기

결혼을 생각하다

작은 인권 이야기[13]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너무나 당연시 되는 관습이자 제도로서 작동하고 있는 결혼.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은 참 많이 받아 보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결혼은 왜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질문해 본 바가 없는 듯 하다. 오늘날 결혼이 선택이라 말하는 것이 그나마 자유로워지는 세상에 와 있지만, 여전히 때가 되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으로 작동한다.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지, 나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라는 화두 앞에 결혼이라는 문제는 결코 빗겨 갈 수가 없는 주제다.

결혼은 그 자체로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여하는 결혼제도 안에서 법적인 혼인 관계를 통해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다. 가족의 기본 기능은 거시적 사회구조에서 보면 인구 재생산이자 매일의 노동력 재생산이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노동은 이런 의미에서 노동력 재생산이며 남녀간의 특정한 성별 역할 분업에 기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사회적 행위로 간주되는 가사노동은 자본주의에서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데 불가결한 노동력 재생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점은 엥겔스로부터 오늘날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에 이르기까지 거듭 지적해 온 부분이다. 또한 자본주의하에서 가족의 역할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의 국민에 대한 부양과 공적 책임을 전가하는 기본적인 생존과 생활의 기능을 담당한다. 푸코는 가족 개념의 대전제를 혈통과 가계라는 봉건 귀족의 전유물이라 분석한다.

이러한 가족개념은 자본주의가 형성되면서 점차 부르주아들에 의해 변모되고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에게 이식된 것이라 한다. 이성애 중심의 혈연관계를 이어가는 가족은 그 자체로 혈통주의, 가부장제, 이성애주의를 더욱더 견고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삶의 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족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편에서는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도 재생산과 공동체를 구성하는 삶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국가의 공적 책임을 전가하는 기본적인 생존 공간이자 이성애 중심 혈연을 매개로 유지되는 오늘날의 가족제도. 그렇지만 우리는 가족 구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적 혈통주의를 경계하고 이러한 가족제도와 가족이데올로기를 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내가 허용하는 결혼과 가족의 의미는 또 다른 공동체를 구성하고 생활의 안정과 생존을 돕는 기능과 사랑의 공동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을 구성하고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문제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와 살 것이며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일 것인가가 근본이지 때가 되면 해야 하고 살면서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결혼과 가족제도라는 관습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자급자족적 (핵)가족 체계가 얼마나 건강하지 않은지를 우리는 직접 살아온 세대이다.

가족은 외부로 열려 있어야 하고 가족 구성원은 가족 단위를 넘어서는 시선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미 결혼을 선택한 활동가, 결혼을 준비하는 활동가, 결혼을 고민하는 활동가….

우리가 구성할 새로운 공동체가 무엇인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 함께 풀어내야 한다.
결혼은 결국 나의 선택이지만 그것의 기능과 내용은 결코 개인으로 치환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며 정치의 영역이다.

 

윤정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사무국장

 

제13호 11면 2007년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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