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850만에 달한다. 통계상으로는 이중 70%는 여성 노동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노조 가입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남성 정규직 임금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처해있는 것 또한 여성노동자들이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임시적이고 주변화된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차별적인 제도와 관행을 유지해왔다. 80년대 후반부터 3차 산업에서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임시노동자와 일용노동자가 급증해 온 것이다. 주로 저숙련, 저임금의 노동부문(단순사무, 청소 등)에 편향된 여성노동을 중심으로 비정규직화 되었다.
가내노동,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수금원, 텔레마케터 등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범위와 규모가 크고 65%이상을 여성이 차지한다. 더욱이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여성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형태와 처우에 대한 차별만이 아닌 성별에 따른 차별과 억압의 문제까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10명중 1명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비정규직은 기업복지, 사회보험 등에서도 배제되어 왔다. 이러한 조건은 여성 노동자의 빈곤문제가 노동을 하면서도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비정규직 법안 시행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해지, 분리직군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등은 상시업무에 비정규직이 무차별적으로 이용되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정규직법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여성 노동자라는 것은 이랜드 그룹 홈에버, 뉴코아 대량 해고 사태에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영속적인 남녀차별을 야기하는 대표적 사례가 은행권에서의 분리직군제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일환인 무기 근로 계약이다.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는 정규직의 임금 동결을 통해 ‘일부업무’(상시적인 숙련노동자를 필요로 하는)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를 특정 직군으로 분리하여 ‘정규직화’하되 해당 직군에 별도의 인사&임금 체계(직무급)를 도입하여 임금은 종전의 저임금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분리직군제는 이미 금융권에서 실시되고 있던 제도로서 하위 직군에 몰려있는 여성 정규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이미 비판이 대상이었다.
또한 공공부문에 만연한 비정규직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무기계약이다. 주변업무의 외주화를 통해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이나 저임금을 문제 삼지 않고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다. 업무의 외주화가 시행되는 경우에도 비핵심업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업무부터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용역업무나 철도공사의 승무업무 외주화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성별 분업에 기초한 직무, 직종 분리, 저임금 등의 특질을 갖는 여성을 둘러싼 차별적인 노동 현실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 기초한 가부장성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 관행에 기반해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 사회위기 담론으로 활용되는 저출산 현상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심화된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직장, 가족에서의 이중부담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생존과 노동할 권리로부터 내몰리며 직장과 가사노동에서 이중적 억압에 처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윤정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사무국장
제15호 13면 2007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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