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권이야기[11]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장 꾸기 싫은 끔찍한 꿈이 바로 군에 다시 입대하는 꿈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군대라는 곳이 개인성과 인격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는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가야 하니까 가는 곳이다. 제대 후 예비군 훈련 소집 통보를 받을 때면 꼭 재입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휴식인가 헌혈인가
그리고 이런 기분은 다시 민방위 만 40세까지 될 때 까지 계속되는 악몽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쉴 겸 해서 나온다는데 오죽 쉴 틈이 없으면 민방위 훈련을 휴식으로 생각할까하는 마음에 그것도 씁쓸하다.
올 해도 어김없이 민방위 소집 훈련 통지서가 나왔다. 가기 실은 마음으로 훈련장에 도착하면 벌써 도장을 받기 위해 로비에 민방위 대원들로 가득하다. 길가에는 헌혈차가 있다. 이번 훈련 때 안 사실인데 헌혈을 하면 훈련이 면제란다. 그래서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차에 줄선 사람들도 꽤 된다. 헌혈은 좋은 일이지만 이건 좀 그렇다. 민방위 훈련 대신 차라리 1년에 한 번 헌혈하기로 하던가?
4시간 교육은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을 모여 놓고 듣든 말든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진행된다. 화생방 교육, 안보 교육, 교통 안전 교육 등 너무 뻔 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들은 정말로 지겹다. 그런 지겨움을 교육자도 알았는지 이번 교육에는 영상 교육 중에 잠깐씩 비키니 여성의 사진이 튀어 나오기도 했다. “대원님들이 심심할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라는 군인의 말이 참 기가 막히다. 얼마나 집중이 안 되면 이런 방법을 쓸까? 지겨운 4시간 교육이 끝나면 다시 로비는 전쟁터다. 도장을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로 말이다. 1분 1초라도 빨리 가려는 것을 보면 교육이 지겹긴 지겨운가 보다.
대통령 공약 나와야
이런 민방위 훈련은 과연 왜 받아야 하는 걸까? 75년 박정희 군사 독재시절에 월남전과 북한의 노동적위대를 의식해서 창설했다는 민방위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이런 것도 예산 낭비라 생각한다. 정말 구시대의 유물이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소방방재청이나 119 시스템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훈련을 받지 않으면 부과되는 30만원 이하의 과태료 때문에 나가는 민방위 훈련! 이제 그만 하자!
1년에 4시간 민방위 훈련대신 아이들과 함께 하기, 노인들고 함께 하기, 장애인들과 함께 하기 등 하면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은 차라리 어떤지? 낭비되는 민방위 비용을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 안 되는 건지? 왜 이런 중요한 건 대통령 공약이 안 되는 걸까? 나는 소망한다. 강제적인 민방위 훈련대시 자발적인 사회활동으로 지역 사회가 밝아지기를...
제11호 13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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