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7일. 평생에 한 번 행운의 7이 세 번 겹치는 ‘777데이’는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대응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기후행동의 날이었다. 전세계 9개국이 참여하여 기후행동을 주제로 진행 된 ‘7.7 Live Earth Concert’는 ‘불편한 진실’로 기후변화 대통령으로 등극한 엘 고어와 'Save Our Selves'(SOS) 네트워크를 창설한 케빈 웰이 주축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KBS가 주최가 되어 ‘Friend of Live Earth’라는 형태로 ‘Live Earth’에 참가하였는데, 한국 안에서의 7월 7일은 콘서트를 주축으로 하는 ‘Live Earth’의 성격과 다르게 기후 보호법 청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퍼포먼스와 참여를 위주로 하는 1,2부 서울시청 행사와 3부 콘서트로 준비 되었다.
폭우 예보로 행사 3일전까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폭염으로 아이스크림 200여 개가 동원되며 마무리 된 이 날 행사는 KBS1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국 송출 돼 1부 2.8%, 2부 2.1%, 3부 4.2%의 시청률(TNS 기준, 전국)을 보이는 등 특별 편성 방송으로는 좋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1%에 10만을 계산한다니 평균 시청자가 35만 명에 이른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 돼 35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본 이 날의 행사가 끝난지 일주일여가 지났다.
엘 고어의 ‘Live Earth’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소수에서는 제트기를 타고 이동하던 '스타'와 적절하지 못한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았다는 가수의 참여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 인간의 작은 행동에서도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실제로 그 양이 1인당 연간 9.6톤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위의 행사가 한 번에 폭발해내는 이산화탄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60억 명 인간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우리는 전세계 20억 명, 한국 내에서 35만 명이 지켜보는 대단위의 행사를 진행했다. 숫자로 남은 이 날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가 보낸 7월 7일에 대한 '탄소 배출상쇄'(carbon-offset)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녹색’은 철학이고, 내가 생각하는 ‘운동’은 철학의 공유다. 그것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플러그를 뽑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행동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탯줄을 끊은 아이에게 뛰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처럼 정신적인 가치의 존재 자체가 삶의 부차적인 의미인 시대에서,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며 살아야 하는 당연한 개인에게 철학이 빠진 행동은 의미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구온난화라는 우리가 당면한 전지구적 위기는 이미 인식증진의 단계를 넘었다. 위기 사태 인 것을 알 만큼은 충분히 안다. 지금은 그것을 타계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 한 두 명의 실천으로는 어렵다.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며 전세계 20억 명, 한국 내 35만 명 중 1%라도 행동을 실천한다면, 그들의 실천이 물 흐르듯 주변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777데이’가 남긴 전세계적 행운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주변 요구에 부합하는 행동은 금방 잊을 수 있으며 누구나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지금까지 가져온 삶의 습관 하나라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습관이란 게 말처럼 정말 무서운 것이라면 우리의 가치가 새로운 습관으로 등극하면 된다.
실례로 우리 단체에 인턴십을 지원한 친구 중에 ‘불편한 진실’을 보고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는 친구가 있다.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그 친구는 여러 회사의 인턴십을 신청할 수 있던 기회에 환경단체에 왔고, 지금은 활동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행동이 가치로 체화 되는 것을 기대하며 적합한 방식을 채용할 수 있다. 그것이 문화적인 '탄소 배출상쇄' 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5만 명의 1%라도 행동이 가치로 체화된다면 아쉬움의 배출상쇄(offset) 역시 타당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777이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사후 운동의 시발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12호 14면 2007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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