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특히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은 소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동물로 개도 있으나 이는 보조적일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농사를 천하의 대본으로 생각했던 전통사회에서 소는 한 집안 식구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생구(生口)’라고도 불렸다.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 말로 소를 사람대접할 만큼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는 농사를 짓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민가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생구(生口)로 불릴 정도
한반도에 소가 들어온 것은 2천년정도 되었다. 원래조상은 발가락 여섯 개 가진 여우정도의 동물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사육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양으로 변했다고 한다. 소는 유목민의 가축으로 부적당하여 농경지대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렇게 풀을 많이 먹고, 느린 동물을 몰고 다니기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원래 제사의 제물로 바쳐지던 소는 우리에게는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제사가 끝난 후 탕을 만들어 먹는 정도였다. 하지만 몽고의 침입으로 큰 변화가 있게 된다. 유목민인 몽고족은 우리에게 식용과 경작을 위해 소 6천마리를 요구했다가 그만한 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발달된 목축기술로 소의 증식을 꾀하게 된다.
더군다나 능란한 육류요리법과 도살법에 영향을 받은 고려인들은 쇠고기 맛까지 알게 되어 수요가 크게 늘어나 고기하면 쇠고기를 일컫는 식육관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더 나아가 몽고에도 없는 ‘육회’ 같은 요리도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쇠고기 수요증가로 농경에까지 지장을 주게 되자 공민왕은 ‘금살도감’이라는 관청까지 설치해서 소를 보호하려 하였다. 그러나 한번 하면 확실하게 몰입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막을 수 없었다.
'우암집‘에서는 “우리나라 풍속은 쇠고기를 상육으로 삼아 이것을 먹지 않으면 죽는 것으로 아니, 소 도살금지령이 내려도 소용이 없다”고 했고 ‘북학의’에서는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먹고 건강하며 소의 도살이 금지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나 양고기는 병이 날까 염려스럽다며 기피하여 쇠고기만 먹고 있다며 쇠고기 선호를 개탄하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의 쇠고기 선호는 여전하다. 그래서 우리는 소의 모든 것을 먹는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세분하여 먹는 미각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한국인과 동아프리카의 보디족을 지적했고, 이규태 씨는 육식민족인 영국인은 소를 35부위로 나누고 일본사람은 15부위, 보디족은 51부위, 한국인은 120부위로 분류해 먹는다고 꼬집었다.
이 기회에 식육습관 개선을
아무튼 우리의 이런 쇠고기 선호를 눈치 챈 미국은 쇠고기에 대한 통상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이 기회에 우리도 고기에 대한 식습관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든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육류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음식문화를 변화시켜보면 어떨까한다. 쏠림현상이 강한 우리는 한번 변화를 시작하면 금새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제11호 12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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