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현충일. 필자는 바로 하루 전날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도저히 무거운 마음을 달랠 수 없어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한 뒤 쓰린 속을 어루만지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 날은 군·경의문사희생자 합동추모제를 치룬 날이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현충원 묘비 앞에서 먼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먼저 떠난 이들을 가슴에 묻는 건 당연하겠지만, 유독 마음에서 먼저 떠난 이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경의문사 희생자들의 가족들이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의무’적으로 젊은이들을 끌어갔지만, 그들의 죽음 앞에서는 ‘군생활 부적응으로 죽은 당신 아들 탓이니 국가는 책임이 없다’라며 나 몰라라 외면해버리는 국가. 이처럼 지금까지 이 나라는 군대내 젊은이들의 죽음을 본인 탓 -내성적인 성격, 애인과의 이별,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돌리기 급급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죽어간 이들의 주검 앞에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문점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서 국가는 얼마나 떳떳한가. 군복무중 군인이 죽었다면, 그 죽음의 원인이 자살이건 사고건 다른 사람에 의한 것이든 상관없이 국가에게는 책임이 있다. 죽음의 정확한 원인과 진실을 밝혀내고, 유족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필요에 의해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젊은이들을 끌어간 국가로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의무이다.
약 1년 전 출범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현재 600건의 사건이 진정접수 되어 있고, 이 중 자살로 처리된 사건이 356건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진정인은 자살로 처리된 사건에 대해 타살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설사 자살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원인이 조작되었거나 사고사일 가능성일 제기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국가 잘못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거나 국가유공자보상을 받으려 할 경우 자살이 아니고 국가관리 잘못인 점, 직무수행 중인 점 등을 유족들이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대부분의 유족들은 자료공개를 꺼리는 군 당국과 수년 간 몸소 부딪히며 자료 한 장 한 장을 받아내 왔다. 제대로 된 자료조차 유족들에게 하지 않는 군 당국은 한 군인의 죽음 앞에 당연히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아도 아름답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있지 않다고 하는 한 어머니. 내 아들 이름이 왜 저기에 쓰여 있는 것이냐며 엎드려 울던 한 어머니. 자기 형의 이름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울던 한 청년은 형을 죽음으로 내몬 군에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또다시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의 참담한 심정을 그 누가 알까. 군복무를 ‘의무’로 두고 있는 국가로서 한 군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그리고 군대 내 인권향상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군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전쟁이 없어지고, 평화가 이룩되어야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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