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는 ‘국민검사’ 이렇게 없나”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에버랜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소 시점을 더 미룰 것이란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에 시민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이 회장을 법정에 세울 소신과 용기 있는 ‘국민검사’를 찾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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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택 기자 |
참여연대는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의 이건희 회장 수사 및 기소 유보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소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지고 ‘이 회장을 지금 기소하나 허태학 임원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 후에 기소하나 문제될 게 없다’는 안영욱 지검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살인자를 공소시효 만료직전까지 자유롭게 놓아두다 막판에 기소해도 아무 문제없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범죄자를 기소해 사법정의를 세워야 할 검사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이건희 일가의 편법상속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란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다시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지 않도록 하란 이 회장의 내부 특명을 검찰지도부가 되려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금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의 검찰’이 아니라 ‘삼성그룹 회장의 변호사’가 되려 한다”며 이 회장 직접 소환조사를 검사들에게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20일 “대법원 확정판결 후 수사는 실제 규명 책임을 회피한 수사포기 선언”이라며 “법 앞에 평등을 외면한 검찰이 국민에게 준법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의 총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이 회장 소환 촉구와 함께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준비 중이다.
에버랜드 사건은 발생한지 10년, 이 회장이 핵심인물로 고발된 지는 7년이 경과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3년 허태학, 박노빈 씨 등 삼성 임원 두 사람 만을 기소하며 1심 재판결과를 보고 이 회장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 결과까지 나온 현재 다시 ‘대법원 판결 후 결정’을 언급하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될 경우 항소심 이후 다시 상고를 거쳐야 하는 등 재판이 무한정 연장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검찰 수사는 시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