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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작은 인권이야기

임원과 상근활동가의 함수관계

[시민운동2.0]

최근 들어 시민단체의 상근활동가 인력 수급이 어렵다던가, 시민운동의 운동방식이 지나치게 관성화되고 있다던가 하는 등의 시민운동 위기에 대한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확실히 지금의 시민운동은 예전에 비해 많이 침체되고 역동성이 저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민사회의 동력 인자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모습을 역동적이고 참신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논하기 앞서 선배 운동가(여기서는 편의상 임원이라 칭한다)들의 운동에 대한 사고 방향을 먼저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임원들의 모습 중에 적지 않은 수가 개인의 주관적인 운동관에 매몰되어 시민운동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체들마다 다 사정과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떤 임원들은 조직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논의에서 ‘조직의 안정성과 보위’를 앞세우며, ‘시민운동의 진정성’을 우선하기 보다는 ‘쉽고 편한 방향’으로 자기 합리화를 계속 도출해내곤 한다. 또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나 NGO흐름과는 무관한 독자적(일종의 폐쇄적)인 상식 안에서 조율하려는 경향성 증대와 조직의 운영을 위한 소모적 표피적 업무 행위를 스스로 운동이라 칭하고 거기에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직의 시민운동성이 서서히 감퇴하게 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상근 단위에서 그 단체의 운동이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단체들은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대개 역사가 오래된 단체일수록 임원들의 책임과 역할 영역에서 언제든지 직면하게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단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신규 채용된 상근활동가 보다 단체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임원의 역할이 확장되는게 불가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력이 오래된 임원들은 스스로를 단체의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무장해 가는 모습을 띄게 되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또 어찌 보면 정작 상근 활동가들을 무의식적으로 동지가 아닌 하급 직원으로 인식하게 되어 전체적인 시민운동의 질적 하락과 시민단체 내부를 임원과 실무자의 이원적 구도로 재편하여 상호간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적지 않은 시민단체 내부에서의 이 같은 일그러진 의사결정 과정은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이다.

문제는 10년을 넘어가는 한국 시민운동단체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더 많이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10년 이상 운동과 삶을 일치해 온 상근활동가들의 시민운동의 위상과 역할은 높아졌지만, 5년이상 10년 미만의 중견그룹이 부족하고 신입활동가가 재생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더욱이 상근활동가들을 ‘심부름꾼’정도로 격하시켜 버리면서 임원들이 조직을 운영한다는 일부 임원들의 비뚤어진 인식틀과 충돌하는 모습은 끔직한 자화상이 될지도 모른다. 임원들의 비민주성 의사결정, 무책임성, 무원칙적인 현실제도정치권 진출, 공사의 구별 혼란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부의 곪은 비민주성을 과감히 도려내고 그야말로 자율과 평등이 기조로 세워진 진정한 NGO의 이념을 의사결정과정에 반영, 구현해 낼 수 있는가? 너무도 오래된 화두이다. 필자는 활동가에게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을 직업군으로 형성해가고 있는 그야말로 삶과 운동이 일치되어 있는 상근 활동가, 이 들 새로운 주체 운동 그룹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사회운동의 새로운 화두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들은 시민단체 내부의 구태의연한 비민주적 의사 추진의 장애요인들을 제거하고 21세기에 맞는 경영운동적 프로그램을 서서히 도입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시민의 위임이 아닌 자임형 운동인 시민사회운동은 그 자체가 변화, 발전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작은 ‘NGO cosmos’이기 때문이다.


이영일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제6호 19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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