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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작은 인권이야기

정권 말기 공안 사건

작은인권이야기[6]

잠깐 사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겠다. 대학생 시절, ‘아직도’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있는 단체의 대의원이었다는 이유로 애인이 갑작스레 보안수사대에 연행되었던 일이 있었다. 지금은 시멘트가 채워진 욕조 옆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애인은 혹시나 학교 조직 사건으로 커지지는 않을 런지 걱정을 했다.

마침 때 맞추어 학교 선배의 자취방에 누군가 한 번 들어왔다 나간 흔적을 발견했을 때 였다. 다행히도(?) 큰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국가보안법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정확한 기준 없이 ‘지들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단하신 능력이 있다. 당시 보안수사대에서 ‘이적표현물’이라며 애인의 집에서 가져간 책들을 보면 학교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파는 책이었고, 하물며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책들이었다.

특히나 사회학과였기에 유독 사회과학 서적이 많았던 애인의 책장은 반 이상이 텅텅 비어버렸다. 이중 소설 ‘태백산맥’은 잠깐 필자가 빌려갔었는데, 이걸 ‘다행이다’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필자도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며 가져가기에 “나도 그 책들 가지고 있으니까 나도 잡아 가세요”라고 친절히 자수(?)까지 했는데, 필자는 멀쩡히 놔두고 비싼 책들만 가져갔다.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죽겠다”라며 한 사진작가가 구치소 안에서 한 달 훌쩍 넘게 단식을 진행했다. 인터넷에서도 버젓이 검색이 다 되는 사실에 대해 ‘국가기밀누설’을 했다고 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책에 대해 ‘이적표현물 제작·배포’를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비단 이시우 사진작가뿐인가. 역시나 정권 말이 되니 공안사건이 이곳저곳 불꽃처럼 마구 터지고 있다. 같은 그림이라도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있으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전교조 홈페이지에 있으면 국가전복을 꾀하는 엄청난 공안사건이 되고 만다.

몇 달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라며 지화자 좋다 하더니만, 정작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국제인권조약 등에 근거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여러 차례 권고한 사항에는 영 무관심이다.

인물만 배출하면 뭐하나.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자유민주주의국가’는 자본과 시장의 자유만 말하는 것 같다. 유행처럼 FTA를 이 나라 저 나라와 추진하고 있는 반면,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외려 자유의 억압을 조장하고, 방임한다.

이 글을 통해 다시 자수하고자 한다. 필자도 태백산맥, 다시쓰는한국현대사, 체 게바라, 페다고지 등등 이적표현물을 읽었으니 나도 잡아가시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제6호 13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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