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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경제

한미FTA 농업피해 축소 논란

첫 국회 검증, 국내 피해 허점 속출

자료제출 미비로 ‘반쪽 청문회’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부문 협상 결과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는 박홍수 농림부 장관과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역본부장,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등 정부측 인사들이, 참고인으로는 남호경 한우협회 회장, 김동환 양돈협회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 윤석원 중앙대 산업대학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이틀동안 예정된 청문회는 정부측의 자료 제출 부실로 하루만에 끝나 ‘반쪽짜리 청문회’라는 오명을 썼다. 농해수위 위원들은 오는 15일 이전까지 정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이달 중순께 재개키로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농어업부분 협상결과 실태규명 청문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가 FTA관련 자료를 보며 고민에 빠져있다.


 

◇반쪽짜리 청문회= 청문회에 앞서 한나라당 권오을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은 “자료 제출과 관련한 정부측의 비협조로 청문회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막연히 손놓고 기다리기엔 현장에 있는 농어민들의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기에 미흡하더라도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농해수위 자료실에 일부 자료를 비치했으나 관세양허안, 서비스 유보안, 저율관세할당량(TRQ)물량 등 민감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덕 의원은 “공개 안한 기간동안 조문을 수정하거나 추가협상을 하지 않았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정부가 자료공개를 제대로 안하기 때문에 청문회가 ‘반쪽짜리’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 대외비문서 열람 결과= 강기갑 의원은 “우리 정부가 농산물 최대 마지노선을 정한 상태에서 미국측 반대에 부딪치자 두 차례나 최종안을 수정했다”면서 정부가 대외비로 분류한 문서를 공개하며 사실을 캐묻자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이를 시인했다. 정부는 지난 1월 6차 협상전 우리측 농산물 ‘최종양허안’이 마련됐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3월 1차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우리측 농산물 ‘최종양허안 수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물러나 지난 4월 한미FTA 고위급 회담에서는 FTA타결에 급급해 최종협상 과정에서 두 차례나 물러섰다.

농산물 TRQ 협상도 미국 입장에 무방비로 따라갔다. 우리나라는 UR협상에서 농산물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대신 일정 물량을 낮은 관세로 들여오는 TRQ제도를 허용, 이 물량에 대해 국영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민간업자들이 외국농산물을 아무 통제없이 수입하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번 한미FTA 2차 고위급회담에서 탈지분유, 치즈, 천연꿀 등의 품목에 대해 훨씬 증가된 물량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육류 원산지에 대해서도 농림부의 ‘불가’ 의견을 무시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의 ‘도축지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 농림부 대외비 문서에서 드러났다. 한미FTA 7,8차 협상 결과보고 문서에 따르면 미국측은 “육류의 경우 미국에서 사육되지 않았어도 도축만 하면 미국산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농림부가 작성한 8차 협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제3국에서 수입하는 생우 전체에 대해 도축국 기준을 인정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불가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오렌지 계절관세 파장= 오렌지에 대한 계절관세가 적용된 것과 관련 오렌지의 대체 작물인 감귤농가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김우남(제주시 을) 의원은 “오렌지에 대한 계절관세 방식 도입이 그동안 정부 해명과는 달리 이미 올초 1월에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며 “일본처럼 11월~5월로 하지 않고 9월~2월로 한 것은 감귤산업에 치명적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오렌지 계절관세를 추진하면서 사전에 생산농민이나 관련자들과 사전 협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김현종 통상본부장은 “농림부하고만 협의를 해서 추진했다”고 실토해 미국협상단과 대비를 이뤘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기훈 감귤협동조합장은 “농민 80%가 감귤 농사를 짓고 있고 감귤이 망하면 제주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고 주장하며 “사과나 배는 20년 관세철폐 기간을 두면서, 감귤이 전국 생산 과일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무용지물 세이프가드= 정부는 쇠고기 분야 세이프가드 협상에서 애초 가격과 물량 모두를 기준으로 발동될 수 있는 세이프가드를 요구했지만 미국 반대로 물량 기준만 확보했다. 이와 관련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가 민감품목에 대해 대부분을 예외로 정하지 못한 것은 잘못했지만 그나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했다”면서 “그러나 관세 철폐기간이 종료되면 세이프가드 발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물량이 어느 정도 이상 폭등할 경우 안전장치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협상대로라면 세이프가드 발동은 미국산쇠고기로 인해 아무리 국내산쇠고기 값이 떨어져도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 물량이 FTA 발효 1년차에는 27만톤을 넘어야 가능하다. 이 물량은 매년 복리로 3%씩 증가해 15년차에는 36만톤을 넘어야 가능한 물량이다.

이와 관련 한광원 의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기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에 대해 묻자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22만 4천톤”이라고 답해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 의원은 ‘27만톤의 기준‘에 대해 재차 묻자 이 국장은 “발동 안되는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한다”며 궁색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돼지고기 수입과 관련 전체 물량의 10%도 안되는 냉장품목만 세이프가드가 도입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강기갑 의원은 “돼지고기의 경우 90% 이상이 냉동품목이 들어오는데 냉장육만 세이프가드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양돈협회장은 “양돈업은 2014년부터 개방되는 축산물 중 가장 불이익을 당하는 분야다. 시설지원이나 다른 쪽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농업 피해 축소 논란= 최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리 농업의 생산력 30조로 보고, 15년 후 1조원 정도 피해가 날 거라고 보면, 생산력에서 3%밖에 피해가 안나는 분석은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역시 “농촌경제 연구원이 관세가 없어지는 15년동안 한 농가의 생산성 감소액을 2조7천억으로 잡고 있는데, 농민단체가 분석한 것과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하며 “도축공장 가동률이나 사료공장 등 관련산업에 대한 피해액이 고려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직접적인 피해규모는 분석이 끝났지만 관련 산업의 피해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생산액만 분석한 것은 비현실적이며, 지역별, 규모별, 다른 연관산업별 계측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향미 기자

 

제2호 5면 2007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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