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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집’에 대한 다른 생각 가능

[시론]

2007년, 우리사회의 핵심적 키워드는 무엇일까? 나는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고달픈 현실과 불안한 미래가 다수 국민의 삶이며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은 이를 잘 대변해주는 키워드로 보인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급속한 사회변화는 비교적 평준화된 삶에 익숙했던 과거와 단절되어 급진적인 양극화로 치달아가고 있다. 자본을 가졌거나 지식과 기술력을 갖은 소수의 부자와 내일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다수의 서민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삶의 고달픔을 공공정책 결정에 대한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좀 더 고수익을 남길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집’과 ‘자녀교육’과 같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 역시 이제는 공적 해결보다는 개인의 투자라는 개념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부동산 광풍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극도의 불신 속에서 지금은 부동산 소유를 둘러싼 만인대 만인의 투쟁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과거 극소수에 한정되었던 부동산투기는 이제 결코 그 어느 경제영역에서도 실현할 수 없는 로또와 대박의 꿈을 실현해주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며 너도 나도 부동산과 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97년 이후 우리가 목도했던 연간 두배씩 뛰어오르는 집값의 변동추이는 정부가 아무리 부인한다 해도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주택정책과 관련해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라는 공급확대론과 투기를 억제하고 공공주택의 비율을 확대하라는 공공성 보장론 사이의 지리한 밀고당기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시적인 집값 잠재우기가 문제가 아니라 주거정책의 본질적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벌이는 사회적 투쟁이 본질이라 하겠다.

주택보급률이 공식통계로도 이미 105%에 달하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가구주택과 거주용 오피스텔을 감안하면 이미 110%를 넘어섰다는 주장은 단순히 공급확대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직감하게 만든다. 집값 폭등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기 보다는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가수요의 문제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신규로 공급되는 목좋은 아파트는 실수요자들보다는 로또를 꿈꾸는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주택투기를 막을 장치가 부실하거나 부재하다는 제도적 문제와 더불어 사회주택의 공급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서 기인한다. 그동안 정부가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택지를 개발하고 아파트 건설은 민간에 넘겨 천문학적 이윤을 보장해주고 또한 이를 최초로 분양받은 투기꾼들에 의해 상당한 이윤을 넘겨주는 전형적인 투기구조가 반복되었다.

정부가 건설업자와 투기꾼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개발사업에 열을 올리면 올릴수록 집값은 들썩일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원가공개’와 ‘분양가규제’는 이런 차원에서 나온 집값을 안정시킬 최소한의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나마 정부와 정치권 내의 공급확대론자들의 강력한 방해로 때를 한참 넘겨 올해 들어 제도의 일부가 도입되었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그나마 작년 말 집값 폭등에 제동을 건 것은 종합부동산세와 주택담보대출 규제였다.

새정권이 들어서서 계속 이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다주택보유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봉쇄하는 대출억제정책 등 투기적 다주택보유에 대한 매우 엄격한 일련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주거약자를 위해 값싸고 질좋은 사회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주요 국가들의 공공임대주택의 규모가 7%에서 36%에 달하는 것에 반해 우리의 경우 전체주택수의 겨우 2.7%만이 공공임대주택이라는 통계는 우리사회의 주거약자의 고달픔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공공정책에 의해 집값 안정을 이룰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준다.

환매조건부주택이 되었건 대지임대부주택이 되었건 일종의 사회주택의 비율을 20%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문제는 교육, 의료와 더불어 핵심적인 공공정책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를 시장에 내맡겨 놓고 해결되기를 기대하자는 것은 있는 자의 논리이며 투기꾼의 논리일 수 밖에 없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제7호 14면 2007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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