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환경부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산업 육성과 전담 부서’를 설치해 “세계적으로 물에 대한 인식은 점차 공공재에서 경제재로 바뀌고 있는 추세”에 발맞추겠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국내 상하수도 서비스는 아직 공공업무로 인식돼 효율성과 전문성이 모자라는 등 산업적인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라면서 스스로 공공 업무의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을 인정했다.
물 정책은 늘 관심사 UN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발표하면서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가 늘었고 수도권 주민들에게 수질 문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민 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10년 넘게 지적되고 수십조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도 핵심 오염 원인 중 하나인 상류 지역 난개발을 허용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지역에서 매년 월드컵 상암경기장 면적인 0.2㎢의 30배에 이르는 산림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상수도 수질 개선을 장담하던 환경부가 이제 상수도 관리를 민간에 위탁하고 물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발표는 2006년 2월 환경부, 건교부, 산자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물산업 육성법안’에 따른 조치인데 “2015년까지 글로벌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 산업 육성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되었다.
국내 상수도 시장을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의 기업을 2개소 이상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광역화, 효율화, 민간위탁 등 상하수도 서비스업 구조 개편, 전문기업 투자 유도, 요금 현실화, 전문사업자 해외진출 확대 등 물산업의 수출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또 ‘수도사업 구조개편 로드맵’을 통해 상수도를 ‘민간위탁’하고 광역상수도는 ‘공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까지 했다. 일단 ‘경쟁력 없고 비효율적인’ 지방상수도는 수자원공사로 넘기고, 그나마 경쟁력 있는 7개 특&광역시를 공사화한 다음, 공사 간 경쟁을 유발하고, 마지막으로 민간 기업과 경쟁을 하겠다는 정부의 세련되고 비밀스런 정책은 결국 물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다.
'물 사유화' 이미 시작
민간위탁을 통한 ‘물 사유화’는 국내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164개 지방상수도 가운데 논산, 사천, 예천, 정읍 등 9개가 민간위탁 실시협약을, 33개 기본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인천상수도는 아예 프랑스계 베올리아(옛 비벤디)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며, 정부도 인정하듯 초국적 물 기업들이 ‘물 부족 국가’ 한국에 진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수만 명 시민들이 급격하게 인상된 수도요금에 저항해 일어난 4일간의 시위를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길 처지가 아니다. 볼리비아뿐 아니라 상수도 사업의 민간위탁으로 우루과이는 수도요금이 10배 이상, 프랑스도 150%의 요금이 인상되었지만, 수질은 더 나빠졌다고 알려졌다. 국제공공노련(PSI) 기간산업 담당자이자 유엔 사무총장 상하수도 자문위원인 데이빗 보이스에 따르면, 세계은행을 비롯한 금융자본은 경우에는 제3세계 외채에 대한 대가로 민영화를 요구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고 세계은행도 민영화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민영화의 결과는 비용증가와 수질 악화 뿐 아니라 환경문제도 발생한다. 영국의 물 관련 기업들은 폐수처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상당량 쓰고 있지만 정부 규제의 벌금이 적고 적발도 잘 되지 않아 계속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는 한EU FTA 에서는 유럽의 물 기업들의 영향으로 물을 비롯한 공공성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이 문제를 어차피 개방될 테니 우리가 먼저 선수 쳐서 물을 시장화하고 우리 기업이 선점하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반환 미군기지를 환경정화 없이 넘겨받는 일부터 물 민영화 문제까지, 환경부의 존립 기반이 의심스럽다.
국민 담보 물장사?
FTA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변화가 필요하다. 서비스 질에 대한 불신, 지역과 계층간 불균형, 열악한 재정 문제를 민영화가 해결 해 주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외국에서 증명되고 있다. 정부의 물산업육성방안은 물산업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고 ‘공정한 경쟁’을 도입한다는 미명하에 자본에 의한 물의 독점을 조장하는 정책이 될 것이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장사를 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다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물은 산업이 아니라 인권이고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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