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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시민사회 구하기

[시민광장]

현재 미국 포드재단의 거버넌스와 시민사회 프로그램 책임자로 있는 마이클 에드워드(Michael Edwards)는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된 '시민사회'(동아시아, 2005)에서 ‘시민사회는 단순히 정부, 시장과 대별되는 하나의 영역을 넘어서 시대정신이며 비전이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이상이자 가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드워드는 오랜 시민운동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사회의 의미와 가치, 역할에 대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천이 역동적으로 통합된 보기 드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모색하는 많은 학자들이 있지만 현장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한 '디테일'에 한계를 갖고 있으며, 반대로 현장의 활동가들은 이론적 깊이와 논리가 부족하여 학문적 토대를 제공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서베이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연구조사결과에 의하면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2003~2004년도에는 가장 신뢰하는 기관을 시민단체로 응답했던 국민들의 인식이 2005년도에는 5위로, 그리고 2006년도에는 6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숫자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견인하던 시절부터 시민들의 일상 생활속의 작은 문제와 일상의 시민의식을 일깨우던 현재의 활동까지 시대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온 시민단체의 헌신과 수고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시민사회를 구해야 한다는 자기 의식이 너무 지나친 '오버슈팅'이라고 지적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시민운동이 소통해야 하는 대상이 우리를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라 생각할 때, 필자의 머리 속에는 지금까지의 접근방식, 활동방식과는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창의와 상상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단순히 새로운 이슈를 찾아내는 접근, 혹은 달라진 시민의식과 언론환경 그리고 보수화되는 시대 분위기를 탓하는 접근, 아니면 좀더 나아가서 우리들만의 운동이 아닌 시민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갈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민생문제들에 더욱 천착하는 접근으로는 단기적인 처방의 수준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시민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희망을 창발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운동은 현실이고 현장이며 실천이지만, 이론이 충분히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현실과 실천을 창출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과 괴리가 있는 혹은 한계가 있는, 뭔가 2% 부족한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적 연구물들에 우리의 실천과 현장을 진전시킬 사명을 의지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무엇인가? 임시방편적으로가 아닌 근본적인 차원에서 시민사회를 구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운동의 경험과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한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실천을 이론으로 구성하려는 도전과 시도를 더욱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독일의 역사철학자이며 삶의 해석학자인 딜타이(Dilthey)가 말하듯 ‘인간은 결국 자신이 체험한 만큼의 삶을 살아간다’라는 명제에 공감한다면, 시민운동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현장 체험을 가진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실천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적 연구물을 생산해 내는 작업이 보다 많이 그리고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소박한 생각으로는 ‘이론은 실천을 주도해야 하며, 실천은 이론을 구성해야 한다’고 믿기에, 이론과 실천의 유기적 통합, 역동적인 통합은 이론 전문가와 실천 전문가와의 대화와 협력을 넘어서, 한 주체의 내면 속에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과 실천이 종합되고 통합되는 그림이 더욱 멋지게 보이고 또 의미있게 다가 온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이 활동가의 입장에서 조명한 지극히 자기 이해적인 해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있어서 시민사회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현장에 있는 우리들 만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는 단순한 물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출해낼 수 밖에 없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한다.

어쨌든 이것은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 ‘위기에 빠진 시민사회를 구하기 위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양세진 기윤실 사무총장

 

제6호 19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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