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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정책인가 사기인가

[시민운동2.0]

우리 시 소각시설에 들렀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다이옥신이나 대기오염문제가 아니고 자치단체 재정과 관련된 문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환경부는 십몇 년 전쯤에 매립지가 꽉 차게 되었다며 시군구마다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고, 짓지 않으면 더 이상 쓰레기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자치단체와 주민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등교거부에 나서는 등 주민들의 반발은 높았지만 소각장 건설에 국고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자치단체들이 혹하여 현재 전국에 33개의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다. 과천시는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40톤밖에 안 되는데 150톤 규모의 소각장을 짓겠다고 했고 상당수 소각장들이 너무 크게 지어졌다.

과천 소각장은 결국 하루 80톤 규모로 99년에 건설되었고, 현재는 매일 관내 쓰레기 40톤, 남은 음식물 10톤, 그리고 인근 자치단체에서 반입하는 쓰레기 20톤, 이렇게 매일 총 70여 톤을 소각처리하고 있다. 소각장 가동률 92퍼센트. 이왕 지은 것이니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겠거니 했다. 음식물 태우는 것도 문제고 앞의 40톤 중에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많이 있지만, 일단 이 문제는 오늘은 접자.

자치단체 재정 파먹는 소각장

소각장 관계자에게 이웃자치단체에서 쓰레기 반입할 때 얼마나 받는지 물어봤다. 톤당 4만6천원. 그렇다면 소각처리의 실제 단가는? 15만9천원이란다. 아니 이게 무슨 말? 너도나도 남의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는 판에 반입료 수입이 처리단가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니 문제의 핵심은 여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이웃 도시처럼 소각장을 짓지 않고 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보낸다면 톤당 처리비용은 4만2천5백원(운반비 포함)에 불과했을 것이다. 주민들의 그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따른 덕에 그 세배 이상의 비용을 시 재정에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25억원. 소각장 지은 덕에 과천시가 추가로 떠안은 재정지출이 이렇다. 과천시의 소각처리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어서 시 자체의 절감 노력도 필요하다. 이건 우리 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전국 소각장 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비슷한 규모의 다른 소각장들도 12만원 안팎의 처리 비용을 들이고 있고 전국의 거의 모든 소각장들이 소각처리의 기회비용인 매립비용, 혹은 타 소각장 반입 비용에 비해 훨씬 높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결국 정부 뜻에 따라 지은 소각장이 자치단체의 재정을 파먹고 있는 것이다. 주민의 복리와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25억원의 시 재정이 소각장의 연기로 무의미하게 사라지고 있다.

애초에 소각 정책은 거의 사기에 가까웠다. 소각장 지역 주민들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그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1시군 1소각장’이라는 모토도 황당했지만, 규모는 터무니없이 키워놓고 주민들에겐 타 지역 쓰레기는 절대 반입하지 않겠다고 도장을 찍어놓았으니, 200톤짜리 군포 산본 소각장 같은 곳은 가동률이 50퍼센트에 불과하다. 노원은 20퍼센트 대란다. 쓰레기가 모이면 그때그때 연료를 부어 다시 가동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해법 내놔야

게다가 매립지반입료가 턱 없이 싸니까 자치단체 간 반입료도 쌀 수밖에 없다. 광역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과천처럼 순진하지 않은 어느 바보가 원가도 못 미치는 반입료를 받고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겠는가? 돈을 더 줘도 안 받겠다는 판에 말이다.

폐기물정책을 다루는 전국 단체들과 소각장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관한 대응을 새롭게 짜야 될 때다. 또 소각장을 짓겠다는 자치단체가 있다면 괜한 일 해서 재산탕진하지 말라고 몽땅 달려가서 말려야 할 일이다. 턱 없이 낮은 매립장 반입수수료를 현실화하면서 자원재활용과 자치단체 재정손실 보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소각장 광역화? 위와 같은 조건에선 물론 불가능하다.

결국 최종 해법은 이런 난맥상을 만든 환경부가 만들어내야 한다. 당장이라도 우리 시 소각장을 고장내버리고, 할 수 없으니 우리도 매립지에 받아줘, 하고 싶은 심정이다.


서형원 초록정치연대 정책위원

 

제5호 19면 2007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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