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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작은 인권이야기

일상의 평화를 위해

작은 인권이야기[4]

#2006년 5월 5일. 어린이날.


마을에 큰 일이 있을 것 같다면서 엄마는 어제 나를 친척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지만, 우리 마을 분위기가 이상하다. 옆집 할머니의 깊은 한숨이 우리 마을에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뉴스를 보았다. 대추리. 우리 마을이 나오는데, 나랑 같이 놀던 지킴이 언니가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걸 보았다. 많은 경찰과 군인이 우리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을 잡아간다. 뛰놀았던 대추분교가 무너져 있다. 어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너무 깜짝 놀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우리 마을에 대한 뉴스가 끝났다. 놀이공원이 나온다. 아. 맞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나도 엄마랑 아빠랑 놀이공원 가고 싶다. 어린이날인데…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

할머니. 이제 그만 우세요. 무너진 학교 그만 쳐다보시고, 그만 우세요. 이 정부가 정말 밉네요. 하필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요. 저 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데… 먹을 거 못 먹으면서 쌀 한 톨 한 톨 모아, 그 쌀 팔아 만든 학굔데, 어떻게 그걸 무지막지하게 부수어 버릴 수 있어요. 그 어떤 선물도, 어떤 말도 할머니 얼굴에서 웃음꽃을 피워드릴 수가 없네요. 그냥 같이 울어요. 함께 해드리는 것 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추리에서 다시 예전처럼 웃고 먹고 떠들며 살 수 있게 오래오래 사세요.

#2006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선생님께. 얼마 전 우리 학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어요. 비록 작은 학교였지만, 저 작은 교실 안에서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했지만, 수많은 추억과 삶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함께 했어요. 다들 피를 많이 흘렸답니다. 대추리를 사랑하는, 지키려는 사람들의 눈물과 핏물이 무너져버린 벽돌 틈에 새겨지는 것 같았어요. 조그맣고 깔깔대던 그 때 그 시절 친구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 하루입니다.

위의 글들은 유난히 ‘날’이 많은 5월, 평택 대추리 주민의 입장이 되어 써 본 글이다.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는 1980년 5월의 광주와 다를 게 없었다. 곤봉을 찬 군인과 경찰은 마을을 뛰어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잡아갔고, 무자비하게 때렸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농민과 땅을 갈라놓았다. 강제로 마을을 떠나게 된 대추리 주민들은 논이 그리워, 밭이 그리워 화분에다가 고추를 심고 상추를 심고 있다. 마을 정자에 둘러 앉아 전 부쳐 먹던 그 때가 그리워, 빌라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계신다. 다행히(?) 올해에는 친척들과 즐겁게 어린이날을 보냈다는 대추리 어린이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다시 대추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평택극장 앞에서 16번 버스 타고 구불구불 대추리로 가고 싶어라.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제4호 13면 2007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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