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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평화+반신자유주의 운동' 연대 절실

전세계 군사기지 현황과 미군기지 재편[2]

온.오프라인 전쟁 발상 GPR 경계해야
속도전 '1-30-30 전력' 막을 운동 필요

클린턴 정권과 부시 정권의 차이는 단순히 민주당 정권이냐 공화당 정권이냐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두 정당 모두 미국 제국의 국익증진 위한 미군·미군기지 운용전략은 동일하지만, 운용방식이 다르다.

클린턴 민주당 정권은 비대해진 군사체계(미군·미군기지·군수산업·군산 복합체)의 감량을 통한 잉여금(평화 배당금)을 전자기술(IT) 쪽으로 돌려 미국경제의 호황을 이루어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내의 기지를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기능을 강화한 작업이 BRAC(Base Realignment·Closure, 기지폐쇄·재편)이다.

국·내외 미군기지 재편

미국 국내의 미군기지 재편이 BRAC로 압축된다면, 해외 미군기지 재편은 GPR(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로 요약된다. GPR은 그 발상에 있어서 BRAC의 연장선상에 있다. 효율성·기동성이 떨어지는 미군기지를 과감하게 없애고 기지간의 연계성·체중 감량된 미군의 기동성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높이자는 발상이 GPR에 배어 있다.

전 세계의 미군기지를 하나의 망(network)으로 수렴하여 펜타곤에서 군사용 컴퓨터 망으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전쟁 시뮬레이션의 가상세계와 오프라인의 미군·미군기지를 아주 유연하게 연결시키자는 혁명적인 발상전환이 GPR에 들어 있다.    

GPR을 주도하는 펜타곤의 기본방침은, 군살을 뺀 미군·미군기지의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미국의 국익(원유 등의 자원확보, 친미국가에 대한 개입력 제고, 불량국가·테러집단의 봉쇄·붕괴, 달러 방위)을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목적적인 국익을 증진시키는 미군기지가 되려면 냉전시대처럼 미군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전 세계 미군기지를 4등분하여 제1급기지(주일미군 기지 등)를 중심으로 제2급기지(주한미군 기지 등)를 통할하면서 제3급·4급기지를 총괄하는 매우 유연한 시스템을 온라인 망(인터넷 중심의 군사통제망)을 중심으로 가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종 온라인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미군은 농성하듯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분쟁지역에 즉각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global stryker(세계적 차원의 기동타격)부대’로서 기지를 들락날락하며 ‘유연하게 출동하는 체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한미상호 방위 조약의 틀(주한미군은 한반도 분쟁에만 대비한다는 규정)을 넘어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 투입되는 유연한 체계가 필요해졌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주한미군 체제를 붙박이 농성형에서 ‘global stryker형’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주일미군은 주한미군 보다 더욱 큰 규모의 ‘global stryker부대’로 변모되면서 주일미군 체제와 주한미군 체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일본 GPR의 연계구조

미일동맹·주일미군 재편의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일본판 GPR과 평택 대추리를 중심으로 전개 중인 한국판 GPR의 본질은 닮은꼴이며 양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일본판 GPR은 오키나와·가나가와현(일본의 수도권)·이와쿠니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위협론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가 주요내용이다. 일본판 GPR의 본질은 미일동맹의 세계제패·중국 포위·양안(중국-대만) 분쟁에 커다란 초점이 놓여 있으나, 현상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면서 대북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을 공략·붕괴시키려는 작전계획(OP 5027/ OP 5055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90년대 초 폐쇄된 필리핀 수빅기지


‘불안한 활’ 전선의 동쪽 끝에 있는 불량국가 ‘북한’을 공략하려는 일본판 GPR. 이 일본판 GPR과 궤를 같이하면서 한국판 GPR(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확장)이 이루어질수록, 일본판 GPR과 한국판 GPR의 연동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GPR은, 유연성(flexibility)이 강한 global stryker부대를 양산하려는 펜타곤의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로보트 팔처럼 전 세계에 흩어진 미군 소부대가 전쟁·분쟁지역을 향해 순식간에 대부대로 조합되어 출동하려면 로보트 팔을 재빨리 조립하여 로보트를 만들 듯이 엄청난 유연성을 갖춰야한다.

펜타곤이 생각하는 미군의 유연성은, 자본의 세계화·금융의 세계화에 걸맞는 ‘미군의 기동성 향상’ 즉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에 어울리는 global stryker부대로 비약하는데 중점이 있다. 이는 미국의 국부(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가 분초 단위로 움직이는 것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려는 발상과 연계되어 있다. 미국계 신자유주의 금융자본과 관련된 시설(초국적 금융기관·다국적 기업의 건물 등)이 테러를 당하면,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미군이 stryker부대로 투입되어 테러 사태를 즉각 진압해야한다고 펜타곤은 생각한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신자유주의 자본의 유연성이 만나는 지점이 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군사의 유연성·자본의 유연성이 합성되는 흐름을 저지하는 ‘평화운동-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의 유연적인 연대’가 절실해진다.    

기업 테러에도 대응

엥겔스는 생산양식과 전쟁양식의 상호연관성을 밝혔다. 그는 군함을 중심으로 한 전쟁양식은 철강 중심의 생산양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엥겔스의 논리에 따르면, IT 생산양식은 ‘IT형 전쟁양식(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각한 전쟁양식)’을 낳는다. IT 생산양식에 의한 전자혁명이 전자전쟁 양식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새로운 전쟁양식은 IT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속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폴 비릴리오의 저작 ‘속도와 정치’가 강조하듯이, 속도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양식이 정치·군사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놓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속도전 전쟁양식을 선보인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속전 속결의 10-30-30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0-30-30 전략은, 세계 어느 곳이든 10일 안에 미군을 투입하고 30일 안에 승리하고 30일 안에 또 다른 전쟁터에 미군을 파견하는 전략이다. 10-30-30 전략은 1991년의 120일 전쟁 전략(120일 안에 전쟁에서 이긴다) 보다 4배나 빠른 것이다.

이와 같이 전쟁의 시간개념이 공간개념 못지않게 중요하게 되었다. 예전의 기지가 주로 공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면, 새로운 전쟁양식을 반영하는 기지는 비트(bit) 단위로 움직이는 속도전의 현장이다. 예전의 기지가 몇 년·몇 달간 전쟁하기 위한 거점이었다면 현재의 최첨단 미군기지(평택·대추리에 이러한 기지를 만들려고 한다)는, 컴퓨터의 가상전쟁 시뮬레이션과 연동되는 GPR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비트 단위로 움직인다. 평택 대추리에 들어설 미군의 global stryker 부대 역시 분초 단위 또는 비트 단위로 움직이는 새로운 전쟁양식을 선보일 것이다.

한반도 위협하는 속도전

앞으로 주한미군의 속도전은 한국군의 속도전을 강요할 것이며 이에 맞설 북한군의 속도전 이 한반도의 전쟁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평화운동이 오히려 저속이 될 가능성이 있는 바, 전쟁-평화 시스템 사이의 속도차이가 한반도 안팎의 평화체제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평화·통일관을 지배해온 공간중심에서 벗어나 시간을 입력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사고의 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끝>

기지관련 평화운동 확산 시급
동아시아 반기지 운동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전 세계의 반기지 운동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동아시아의 반기지 운동에 대해 약간 언급할 수는 있다.

미군기지가 밀집된 동아시아(한국·일본·오키나와·괌·필리핀)에서 반기지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각 지역간의 국제연대의 폭이 넓어져가고 있다. 한국·일본·오키나와·괌에서는 주로 GPR에 따른 미군기지 재편에 반대하는 운동이 주류이며, 필리핀은 (반테러 전쟁의 명문으로 미군이 다시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상륙하여 필리핀군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반대운동이 주류이다. 이러한 운동은 세계적인 차원의 반기지 운동과 단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2003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 포럼에 집결한 전 세계의 반기지 운동가들은 회의를 거듭한 끝에, 2007년 3월 에콰도르에서 기지반대 국제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3월의 에콰도르 반기지 대회에선 GPR을 극복하는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GPR을 타고 넘는 반기지 운동 전략을 국제적으로 엮어내는 논의가 풍성했다고 한다.

코스타리카·아이슬란드처럼 기지 없는 나라에 사는 게 행복한 일이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부국강병을 구호로 내걸고 있는 모든 나라의 기지는 전쟁체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국가안보 중심적이며 민중안보·인간안보의 예외지대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국민의 의지와 동떨어진 일들이 기지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기지에 외국군대가 주둔할 경우 해당국가의 자주성이 훼손될 수 있다.

기지는 이처럼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하여 중요한 곳이므로, 시민사회의 안전·평화를 위해 늘 감시해야한다. 시민사회·국민의 차원에서 기지를 감시하지 않고 방치하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도모한다고 세워진 기지가 정말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는 ‘기지관련 평화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김승국 평화운동가

 

제4호 9면 2007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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