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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이젠 교육마저 망가뜨리나

[시론]
 

모든 국민이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 연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자치법전면개정안’이 교육계의 우려와 격렬한 반대에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교육재정을 살리자는 220만 국민의 서명운동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거의 정부안대로 통과되었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각계의 의견이 무시된 채 ‘지방교육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지난 2004년 개정될 당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2006년 재개정을 전제로 개정되었던 법률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국세 비율로 정하여 세금수입에 연동시키고, 교원의 봉급교부금을 통합함으로써 지난 2년간 지방교육재정이 3조 4천억이라는 빚더미에 앉게 한 원인이 되었다. 교육부는 경기 악화로 세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지만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내국세분 교부율을 현행 19.4%에서 2008년부터 20%로 인상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법정전출금 외에 별도의 경비를 교육비특별회계에 전출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였고, 광역자치단체도 학교에 직접 경비를 보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지방채 상환과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내국세 교부율이 25~26%는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부안을 일부 상향조정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앞으로 2년 동안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9천억 정도로는 3조 4천억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의 빚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더구나 정부가 주요정책으로 추진하는 유아교육, 평생교육, 특수교육, 교육격차 해소 등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안한다면 공교육 전반이 한층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교육투자를 높여간다면 교육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관심은 공교육 내실화보다는 입시와 점수경쟁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투자는 전시성 투자와 효율성을 앞세운 극심한 경쟁교육으로 흐르게 될 우려가 있다. 지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시, 도지사는 물론 기초의회의원들까지 자립형사립고, 영재교육, 영어교육 등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공약을 내세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지원을 빌미로 지나치게 교육에 간섭하게 된다면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우려가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법전면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거를 주민직선으로 하고, 시, 도별 교육위원회를 폐지하여 시, 도의회에 통합하는 내용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주민직선제만을 커다란 개혁인 양 부각시키고 있지만, 교육위원회의 폐지가 가져올 문제의 심각성은 간과되고 있다. 시, 도의회의 교육상임위원회가 현재의 교육위원회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고 강변하지만, 시, 도 의회에서 8명의 교육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사실상 시, 도의회가 교육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교육계는 예산확보를 위하여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구걸해야 하고, 시, 도의회가 지방교육의 정책과 인사권까지 개입하게 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교육자치제도는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 한다’는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로서 어떠한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보호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육의 특수성을 존중한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그러기에 교사들은 국민의 가장 기본권적인 권리인 정치활동의 자유까지 제약받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교육위원 선거는 시, 도의원 및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할 때 주민대표성과 표의 등가성에서 엄청난 불균등이 생기게 된다. 서울의 경우 시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106명, 국회의원은 48명인데 교육의원은 8명이다. 시의원이 인구 당 평균 10만 명을 대표한다면 교육의원은 120만 명을 대표하게 된다. 주민대표성에서 열 배가 넘는 교육의원과 시의원이 하나의 교육위원회에서 동일한 자격과 권한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선거의 평등권에 어긋나는 상식 이하의 제도이다.

한편 교원의 정치활동이 여전히 금지되고 있는 현실에서의 직선제는 신중히 따져보아야 한다. 주민직선제는 정당이 아닌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감 및 교육위원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에 줄을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출과정은 물론 선출 이후에도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법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여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교육자치제도는 과거 군사독재에 의해서 말살되었다가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부활되고 발전되어온 제도다. 그러나 부활된 지 16년, 민주화 시대가 되었다는 오늘에 이르러 지방교육자치 제도가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위의 두 법안은 노무현 정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몸통이며 밑그림의 완성이다. 교원평가, 성과급 등은 그 가지에 불과할 것이다. 교육계는 머지 안아 교원의 지방직화와 연봉계약직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야 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훗날, 노무현 정부가 교육을 망가뜨린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랄 뿐이다.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

 

제3호 18면 2007년 5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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