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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집행부 구속 예정된 범국본 압박 포석?

"다음달 11일 대규모 집회 염두 과대 법적용"

 

정부가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흔드는 ‘수단’으로 또다시 집시법 카드를 꺼냈다. 여기다 경찰이 시위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전경 부상에 대해서 판례이론인 ‘공모공동정범’까지 적용해 지도부를 중벌 할 계획이어서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FTA저지 범국민행동의 날을 압박하는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 오종훈, 전광훈 공동대표에 이어 지난 9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범국본의 박석운 집행위원장과 주제준 상황실장이 긴급연행됐다. 경찰이 밝힌 혐의는 미신고 집회를 강행했다는 것과 시위 중에 발생했던 전경들의 부상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다.          

FTA반대 운동 제어 전략?

경찰은 지난해부터 FTA반대 범국본의 집회신고에 대해서는 그 동안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 통보해 왔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지난 4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FTA관련)불법 시위에 대한 사법처리는 채증을 거쳐 확실히 하겠다”며 FTA관련 집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FTA반대 진영에서는 범국본 집회에 대해 과거 집회에서의 충돌 전력을 들어 FTA집회를 불허한 후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지도부를 구속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억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FTA반대 운동을 제어하려는 정부의 전략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법학관련단체들은 ‘특정 세력이 하는 집회를 무조건 불허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라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과거의 전력만으로 앞으로 벌어질 집회가 정당한 행위일수 없다’는 논리는 헌법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현행 집시법마저도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헌법 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적시해 허가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집시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해온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나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등 개혁적인 법학 전문가들도 집시법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공중의 안녕이나 권리보호를 위해 집회를 금지하거나 통제할 수 있지만 협의에 의한 방법이 선행되어야 하며, 집회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에도 경찰의 직권적 통제보다 법원의 가처분 같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해도 사후에 과태료로 제재하면 될 부분에 대해 타인에 대한 권리 침해가 없더라도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주최자가 형사처벌까지 받는 현실은 집회를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자하는 위헌적 발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찰이 불허 근거로 인용하고 있는 집시법 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2항의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FTA반대 집회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농민 전용철 씨의 죽음에서 볼 수 있 듯 FTA집회 또는 농민 집회에서의 충돌을 경찰이 획일적인 진압명령으로 조장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집회 우발 사태 책임범위 논란

여기에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집시법 5조는 삭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회 자유를 확대해 달라는 진보진영의 요구와 집회 규제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보수권의 주장을 절충해 어정쩡하다고 지적받는 강창일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에도 정부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 집회를 불허해온 관행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집시법 5조를 삭제하고 있다. 다만 폭력 등 상황에 대처하기위해 12조 주최자의 준수사항에서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재조정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는 집회에서 우발적인 충동로 발생한 전경 부상의 책임을 전부 주최 측에 돌려 가중처벌하는 관행도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수공무방해를 규정한 형벌 144조를 보면 1항은 단체 또는 다중이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부집행을 방해한 경우, 136조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적시돼 있고 1항의 죄를 범하여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마디로 집회에서 전경을 다치게 한 혐의가 입증돼 144조 2항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으로 처벌되면 3년 이상으로 중벌에 처해진다.

여기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판례이론인 공모공동정범을 적용해 가해자 뿐 아니라 FTA 반대 집회의 집행부를 가중처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전경에 위해를 가하라는 명령을 했다는 증거가 없더라고 집회 주최 측의 대표 또는 집행부에겐 예외없이 특수공무집행방치상이 적용된다. 이번에 박 위원장과 주 실장도 공모공동정범 이론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추가됐다.  

공모공동정범 이론은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 그 가운데의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 그 실행을 분담하지 않은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고 하는 판례상의 이론이다. 처음 이 이론은 사기, 공갈 등 지능적인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나왔지만 조직범죄 등에서 조직폭력단의 처벌하기 위해서 범위가 확대돼 판례로 인정하고 있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른바 조직에서는 보스가 시킬 경우 그것이 곧 법이 되기 때문에 조직폭력단 두목에게 살인교사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시위에서 우발적으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행위를 한 자와 집행부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며 “집회 집행부가 경찰을 다치게 하라고 치밀하게 계획하거나 명령한 바도 없는데 사고현장에 있었거나 주최자라는 이유로 책임져라는 것은 법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도 “시위 주체가 전경에 대한 폭력을 지시한 바도 없고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공모공동정범 이론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회 계류 집시법 개정안 주목

한편 국회에는 집회의 자유를 일정 정도 확대하지만 사진체증 등 규제 내용도 들어있는 강창일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과 복면규정 등 규제일변도의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들 안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개별적인 안을 준비해 왔다. 이를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얻어 입법청원할 예정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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