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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복지도 시장 논리인가

풀뿌리 칼럼[5]

 

서정복지재단(이사장 서태진)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 베다니농원(이하 베다니)을 폐쇄하고 노인요양시설을 하겠다고 나서서 지역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베다니 식구들의 추석

베다니는 1961년 미국선교사가 설립 운영하다가 귀국하면서 아동복지를 위해 써달라며 현 이사장에게 무상 기증한 아동복지시설이다. 46년 동안 아동복지를 실천해 온 베다니가 폐원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순전히 택지개발 보상금 때문이다. 베다니가 소재한 지역을 반야월이라 부른다. 후삼국시대 왕건이 견훤 군사에게 패하여 이곳을 지나다가 날은 반야(半夜)이고 중천에 달이 떠 있어서 반야월(半夜月)이라 했다는 곳이다. 2002년 대구시가 이 지역의 택지개발사업을 승인한 후 보상이 이루어졌는데, 토지개발공사가 법원에 공탁한 베다니의 보상금은 무려 95억에 달했다.

택지개발 보상금이 폐원 원인

보다 나은 시설에서 오손도손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40명의 아동들과 12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부푼 꿈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넓은 대체 부지에 신축건물을 지어 이전하겠다던 이사장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베다니를 폐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루아침에 뿔뿔이 흩어질 운명에 처한 베다니 식구들이 “우리를 함께 살게 해 주세요”하며 지역사회에 호소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밖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이 폐원을 하겠다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시설 아동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노인은 늘어나고 추세에 따라 노인복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도 복지시설도 구조 조정을 통해 통폐합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시설 이기주의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며 거들고 나섰다. 한마디로 돈 되는 복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 과정에서 베다니식구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구지역에서는 그동안 아시아복지재단 불법특혜사건, 청암복지재단 비리사건, 대구노숙자쉼터 비리사건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대다수 복지관계자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든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베다니농원폐쇄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이사장 또는 이사회에 의한 비정상적인 법인 운영이 원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사장의 비정상적 운영

현 이사장은 이미 수차례나 법인을 불법적으로 매매하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고, 같은 법인 이사에 의해 두 차례나 이사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피소당하기도 했다. 수년 전 베다니아동 폭행 사건으로 이사장에서 물려났다가 다시 복귀했는데, 베다니식구 대부분은 그가 누구인지 얼굴조차 모를 정도로 베다니에 아무런 애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단지 이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95억에 달하는 법인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하려고 하는 데도 그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자 관계당국이 미봉책 찾기에만 급급한 동안에 베다니식구들은 수개월째 택지개발이 한창인 공사 현장 한 중간에 방치되어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감으로 추석을 맞고 있다.

또다시 버림받는 아이들

아무리 물신주의가 팽배하여 돈이 지상 최대의 가치로 취급받는 사회라 할지라도 아무 이유 없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베다니 아이들에게, 또 한번 그들의 가족공동체를 강제로 해체시키는 아픔을 주는 사회에는 정말이지 살고 싶지 않다.


문창식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

 

제21호 18면 200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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