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人/오피니언

우리 자신의 논의가 중요하다

2007 유권자행동 대선칼럼 [2]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매우 빠르게 달라질 전환기에 놓여 있다.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북미 대치에 따른 고강도의 긴장이 수그러들면서 그 역사적 종말의 시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 아직 명확한 그림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강대국의 의도와 계산이 어떤 방식의 개입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평화체제’ 아래 전개될 정치경제적 선택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편 남이나 북이나 그 수준과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새로운 발전의 동력 모색에 치열한 고투를 하고 있다. 전진과 추락의 기로 사이에서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운데 보다 능동적인 내외 정세 재편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과 북의 결속과 협력, 이에 기초한 연합 내지는 연방체제가 현실적 주제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시기 각기 체제 경쟁적 발전의 경로를 거쳐 오면서 교대로 상대적 우위를 점해왔던 남과 북은 그와 같은 비교가 별로 의미가 없어지는, 민족 전체의 관점에 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 걸쳐 매우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자본의 절대적 자유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적 체제강화를 실현시키려는 신보수주의를 두 날개로 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질서는 일정한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세계화 체제’는 방향 선회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정치경제적 결속 수준의 변화, 중국의 부상,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의 독자노선 강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중동전선 동요 등의 현실은 미국의 일극적 노선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각 나라마다 미래사회의 발전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실현시키는 갖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미래담론이 되고 있는 지식 기반사회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장치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지식수준을 높이고 이것이 시민들의 주체적인 발전 동력이 되는 동시에, 사회전체로 볼 때 산업적 가치를 창조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활발한 셈이다. 시민들의 주체적인 지식 창출을 위한 참여와 지식의 공유가 그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로써 경제적 가치도 새롭게 만들어내는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압축해서 정리해보자면, 한반도는 남북 모두 민족적 결속을 목표로 전환기에 처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발전모델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체제 내부에는 기존의 관성이나 패권적 질서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다극체제의 주도적 재편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에 더하여 사회전반에 걸친 지식기반체제가 국가마다 경쟁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국가적 과제는 명확해진다. 남과 북의 평화체제 건설과 함께 이를 관통하는 정치경제적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남과 북 모두가 과거에 경험했던 물리적 근육 위주의 발전방식이 아닌, 보다 수준 높은 지식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또한 어느 한쪽의 내부적 선택만으로 풀리기 어려운 현실을 이러한 방식으로 돌파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과 북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이 되고 공동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협력체제가 가속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각 체제 내부에서 막혀 있는 지점들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 뚫어낼 수 있다. 이러한 힘이 기초가 되고 증폭이 될 때, 세계적 변화에 대응하고 주체적인 질서재편의 역량을 뿜어낼 수 있다.  

2007년 대선은 바로 이러한 주제들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거론되고 이를 위한 대안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역량이 결집되어 정치적 주도권을 가질 때 역사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인식과 과제의 정리가 우리 시민사회 안에서 주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후보와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 해도 그 결과는 실망의 반복과 미래의 선택을 둘러싼 혼란의 연속이 될 수 있다. 누가 후보인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자신의 치밀한 논의와 이 과정에서 정책대안의 진화가 더욱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할 때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새로운 발전의 길은 힘차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본지 편집인

 

제21호 18면 2007년 9월 24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