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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경부운하 딜레마

대선시민연대 칼럼[1]

 

국민지지 1등을 달리는 이명박 후보에게 경부운하 공약은 골칫거리다. 한 때는 청계천 건설과 함께 자신의 용꿈을 이뤄줄 여의주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 후보의 표를 떨어뜨리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 후보가 운하 공약을 여전히 거론할 때는 정치부 기자들의 질문에 의례적으로 답할 때 뿐이다. 경부운하 논란을 끌어가던 자문그룹들의 침묵은 세 달째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폐기 목소리가 높고, 이 후보 지지자들도 절반 이상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폐기 목소리

 

지금 이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의 이슈화를 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토론회, 환경기자 등과의 인터뷰, 구체적인 정보 발표 등은 모두 중단했다. 10년 전부터 10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했다는 공약을 감추느라 경황이 없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사실상 죽은 공약’을 철회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불도저 추진력’에게 중도포기란 굴욕이며, 부실공약으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난을 우려한 탓이다. 무엇보다 개발공약에 환상을 갖는 표심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개발공약 환상은 망상

 

덕분에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은 공개된 토론의 장에서 유통되는 의제가 아니라 시골 장터에서 ‘낙후된 지역을 구원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선전되는 게 고작이다. 지역방문 시 나오는 ‘운하가 건설되면 발전이 없던 내륙지역 여건이 좋아져, 금방 4만불 시대를 맞게 되니,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는 따위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 후보는 ‘지역개발의 대표주자의 이미지와 부실 공약 논란에 따른 신뢰상실’을 함께 불러온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국적인 이슈화와 논란은 피하면서 지역표 공략의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운하 반대’를 정략과 음모로 규정해 국회 국정감사에 올림으로서 피해자 이미지까지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실체도 불분명하고 당당히 토론도 못하는 부실한 공약이 국민에게 통하기는 쉽지 않다. 80%의 국민들이 경부운하 공약을 우려하고 있는데, 숨기고 속여서 넘어가기 어렵다. 검증토론 제안을 적반하장으로 ‘방해’하고 ‘협박’하는 태도는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다.

'몸에 박힌 가시' 빼라


경부운하 공약은 ‘몸에 박힌 가시’다. 이 후보가 체면과 불노소득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채 수술을 거부한다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허물어뜨리는 고름이 될 수 있다. 이 후보가 계속해서 검증을 피한다면 대선시민연대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검증활동은 ‘가시’가 될 것이다.

이 후보는 더 늦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당당히 나서 검증토론에 응할 수 없다면, 경부운하 공약을 버려라.

염형철 2007대선시민연대 사무처장

 

제20호 4면 2007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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