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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차별문화 개선의 첫벌음

[시민광장]

 

지난 2001년도부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막고 차별받은 장애인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 제정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4월 6일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구체적으로 정해주고 고용, 교육 등 삶의 영역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의 시정명령과 법원의 구제 조치 등을 통해 차별받은 장애인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 중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틀로는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가 원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목표로 했던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시정하기 위해선 부족하다. 11명의 위원이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까지 4개의 위원회를 맡아야 하는 과중한 부담도 문제이지만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에서조차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고 인권위원 가운데 최소한 30%을 장애인 당사자로 선출하는 내용을 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장애인의 비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차별의 경우 차별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개개의 사건마다 미묘하고 애매한 경우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차별금지소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차별로 판단될 수도 있고 차별이 아닌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만큼 소위원회의 판단과 관점이 중요한 셈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기준만으로 판단이 어려울 경우 당사자의 감수성은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위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일정 정도의 장애인 인권위원이 참여했을 때 당사자의 감수성에 의한 판단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다.

물론 인권위원으로서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과 객관성 그리고 장애인의 감수성을 충분히 가진 당사자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처럼 장애인 인권위원이 30% 이상 참여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인권위원의 참여에 대한 보장 뿐 아니라 인권위원의 수를 현재 11명보다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인권위원회의 행정위원을 증원시키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기구의 행정인력을 65명 증원시키려 했지만 행정자치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처음에 15명으로 축소되었던 충원인원은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의 차관 면담과 투쟁으로 20명까지 확대되기는 했지만 애초 인권위에서 요구했던 65명 증원은 무산되었다.

장애인차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진정건수에서도 2번째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차별 유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내년 4월부터 시행이 되면 더 많은 차별에 대한 진정이 접수될 것이며, 이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판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력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대통령령)의 올바른 제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계에서 그 내용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역시 장애계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장애계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한 편의제공이 형식적이고 생색내기 수준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행령에서 담아내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정당한 편의제공의 범위와 단계이며, 그 범위와 단계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가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인가가 정해질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차별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연령, 지역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통해 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그 차별의 금지와 구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짐으로써 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그것이 결정되는 것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이 중요하다.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사무총장

 

제20호 19면 2007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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