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살고 있는 전주에서 검찰이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연락망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1일 전주지방검찰청은 전북 14개 지자체에 공무원노동자 개인신상정보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수사관행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 이용과 관련해서는 국가기관이라 할지라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는 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특히 검찰은 수사기관이자 준 사법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확장해야 하는 의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검찰이 위법행위를 범한 것이다.
검찰에서 각 지자체에 발송된 공문을 보면 형사3부 김 모 검사가 자료요구자로 되어 있다. 정식 공문형식도 아닌 한 장의 개인정보 기입양식의 문서였다. 또한 개인정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조차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특별한 문제로 취급하기에는 이미 일반적인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법적인 인권침해라는 사실이 분명하기에 더 이상 뿌리 깊은 관행이 지속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행정편의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한 기자의 인터뷰에서 검찰 측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개인정보 요구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선 지자체의 비상연락망 체계를 확인하고 수사에서 관련 공무원의 신속한 소환조사를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의 무분별 이용역시 인권침해가 분명하나, 신속한 소환조사라는 명분은 더욱 치명적이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신상정보 수집은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노동자들에게는 치욕감을 줄 수 있다. 결국 공무원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전제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공무원의 인권을 소환조사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려는 검찰에 의한 국민사찰이다.
검찰의 요구에 자유로운 지자체는 없다. 이미 현실에서는 권력상 위계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구조 하에서 각 지자체에 공무원노동자들의 신상정보 수집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권남용이자, 명확한 목적조차 명시하지 아니하며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것 역시 위법 행위다.
현행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검찰이 다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 한정된다.(법률 제10조 제3항 제6호) 전주지검이 공무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자 하는 행위는 바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위법행위에 어떠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가는 검찰 스스로 알고 있다.
국가기관의 인권의식 부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문제들이 드러났고 수차례에 걸쳐 단체, 개인 등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는 이미 전교조 교사에 대한 통일수업 진행 자체를 문제 삼으며 국가보안법 운운하는 공안수사가 진행됐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전원에 대한 집시법 위반으로 소환한바 있다. 그리고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 투쟁을 인정하지 않고 기소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최근 검찰의 모습에서 국민의 인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검찰은 인권의 보루임을 자처하며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대책 강구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바 있다. 더 이상 말로만 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민권리보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제19호 11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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