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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정치

재벌 공익법인은 경영권 방어 수단용?

재단 이사장 57%가 총수 일가

 

경제개혁연대 "정권 말기 재벌 소원수리"

지난달 28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속및증여세법 개정안 내용대로 기업의 동일계열 공익재단 출연에 대한 세금감면 범위를 확대할 경우 편법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30일 실태분석보고서를 통해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여론 수렴이 끝났고 우려는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며 공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론수렴이라고 내세운 토론회도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한차례에 그쳤고 참석자 대부분이 경제 관료와 사회복지 관련 교수 등이어서 법 개정시 예상되는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구조였다.

재경부 관료들이 재벌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의 재벌 개혁성과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권말기에 재벌들의 소원 수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평했다. 

재경부는 지난 7월 13일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 토론회’를 통해 “동일기업 주식 출연&취득 제한을 현행 5%에서 20%로 완화하고, 계열기업 주식보유 한도를 공익법인 총재산가액의 30%에서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반발했지만 재경부는 개정안을 내용 수정 없이 2008년도 세제개편안에 삽입해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28일에는 후속조치로 상속증여세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논란이 되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40여일 만에 일사천리로 추진된 것이다. 

여론수렴을 위해 한 차례 개최한 토론회도 재경부의 통과의례였다는 지적이다. 토론자 11명 가운데 금융,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는 경실련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영준 경희대 교수만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경제관료와 복지관련 교수였다. 권 교수는 “토론자 대부분이 공정거래 문제와 무관한 교수나 전문가들이었다”며 “상속증여세법 개정시 우려되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소수의견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2006년도 5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고 자료를 공개한 25개 기업집단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은 36개였고 이들이 보유하고 계열회사는 81개에 이르렀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4개의 공익법인이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9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장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1개 공익법인이 7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했고 △금호그룹 3개 공익법인이 5개 계열사 지분 △SK그룹 1개 공익법인 5개 계열사 △두산&한진그룹 각각 1개 공익법인 4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식법인의 보통주 지분 보유 한도 5%에 이른 경우도 25.9%인 21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상속증여세 감면혜택을 포기하면서 5%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모두 12개사로 14%를 차지했다. 특히 농심(5.09%), 롯데제과(6.81%), 롯데칠성음료(6.28%), 태영건설(7.55%)은
총수일가가 안정적으로 지배권 확보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3개 공익법인의 인적구성을 보면 57.6%인 19곳에서 총수일가가 이사장을 맡았다, 전현직 임원 등 총수일가의 직접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인물이 이사장을 맡는 법인으로 범위를 넓히면 84.8%인 28곳에 이르렀다. 이사진 291명 가운데 총수일가 15.7%인 41명, 전현직 계열사 임원 20.7%인 54명, 기타 이해관계자 8.8%, 23명으로 전제 이사의 45.2%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는 총수 부인, 전직 총수, 임원들이 공익법인 이사직을 통해 그룹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반대로 총수일가는 이들을 통해 공익법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익재단들은 보유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한 후 수익성 높은 자산으로 대체하지 않고 있어 계열사 주식이 공익재단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산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를 알고 있지만 이미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예정대로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영록 재경부 재산세제과장은 “재경부 내에서는 별 이견이 없다”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예고 기간이 지나면 9월 중에 국무회의에 개정안 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재경부의 강력한 의지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9월말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는 재벌개혁에 우호적인 의원들과 함께 개정안의 문제점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경부 관료들이 이번 개정안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상황에서 국회 발의는 기정사실”이라며 “국회에 법안이 상정되면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개정안 저지를 위해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훈 기자

 

제18호 8면 2007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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