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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환경

“자연보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녹색연합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현장기고 2

 

#4.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그린맵 5일차, 간밤에 쏟아진 폭우로 오늘 정화작업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던 마음은 다행히 기우로 지나갔다. 오늘 일정이 시작되는 곳은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다. 물건리는 낙동강 하구 도요등과는 달리 대형 해양폐기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나 기타 생활쓰레기 등을 치우며 오전의 정화 활동은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 되었고 녹색연합 정인철 활동가로부터 해안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방풍림(防風林)의 역사적인 유물)로 지정된 이 해안림은 그 속에 다양한 생물과 해안사구를 보호하며 해일 등의 자연재해를 막는 방재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바다에서 날아오는 염기를 줄여주어 농작물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휴양객에게 아름다운 휴양 공간을 제공하여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300년 전부터 바다에 그늘을 생성하여 물고기들이 찾아 들게 만드는 어부림의 기능을 한다고 한다.

 

#5. 지역 커뮤니티

지난 2004년 남아시아를 강타해 수십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는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벌어진 연안의 맹그로브 숲 벌목과 대규모 관광 리조트를 건설로 인한 인재라고 부른다.

녹색연합 그린맵 대장정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환경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이해의 선행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해결책 한 가지를 물건리 마을 주민들의 독립적인 커뮤니티가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독립적인 커뮤니티 차원에서 해안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하고 있으며 쓰레기를 정화하고 바다 아래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해안림과 바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관리하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히 국가 차원의 정책만이 아니다. 물건리와 같은 이러한 독립적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일반 대중들의 자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인프라의 확장 역시 우리가 자연을 보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6. 울타리 넘는 용기있는 양

울타리 안에 수많은 양이 있다. 몇 몇 양들은 울타리안의 생활에 안주하며 살아가고, 몇 몇 양들은 울타리 너머의 세계를 궁금해 한다. 울타리 밖에는 지금 먹고 있는 풀보다 맛있는 풀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만 감히 울타리를 넘는 양은 없다. 그러다 양들 중 한 마리가 울타리를 넘어갔다. 남아있는 양들은 망설인다. 하지만 결국 울타리 안에도 먹기에 충분한 풀이 있기에 울타리 밖의 세상을 동경해야할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들에게 울타리 밖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칸트의 ‘철학적 인간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칸트는 이 구절을 통해 자신 주위의 세계에 만족해 안주하려는 인간들을 비웃는다. 5일간의 그린맵 대장정 기간 동안 나 역시 어리석은 양들 중 하나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규정 지워진 울타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 내린다. 

 나는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웠던 걸까? 이번 그린맵 대장정 기간동안 나는 울타리를 넘는 용감한 양이 되려한다. 사회라는 그리고 도시라는 거대한 명제 속에 숨어 울타리 밖의 세계에 대해, 이제는 외면치 않으려 한다.

 

오춘식 한양대 교육학과 3학년

 

제17호 17면 200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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