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사장 윤기원)는 지난 8월 6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간 서울시 청소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일본문화탐방을 다녀왔다. 참가한 아이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역사인식에 대한 차이점을 경험토록 해 평화와 공존의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갓 7개월차 새내기 활동가인 나에게는 모험이자 도전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런 ‘무한도전’에 기꺼이 동참한 ‘못말리는’ 25명과의 뜻 깊은 문화탐방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출국 및 첫날 일정
9시 50분인 집결시간이 안되어서 김포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아이들이 얼마나 문화탐방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솔 교사로 고생하신 김학경 선생님과 모임 관계자들 그리고 평가위원으로 우리와 동행하게 된 이장익 교수님이 도착하신 후 인원을 확인하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굉음을 내며 이륙하는 순간 ‘우우우~’하는 아이들의 괴성, ‘아이고, 이제 시작이구나.’
#2. 나리타공항 도착
공항을 나오자마자 뜨거운 더위가 맞이하였다. 아이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 때문에 신이 났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것과 버스의 높이가 높은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그 버스를 타고 우리는 아사쿠사로 가서 도쿄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라는 ‘센소지’와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나카미세 거리를 구경했다. 짧은 일본어와 영어, 만국어인 바디랭귀지를 섞어 말도 걸고, 흥정도 하면서 이국에서의 첫 외국인 경험을 그럴듯하게 완수하고는 숙소로 향했다. 그날 아이들은 들뜬 마음에 늦은 밤까지 민박집을 들썩였다.
#3. 둘째날과 셋째날
둘째 날은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한 일본문화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계획도시인 오다이바에서 후지TV, 도요타 전시장, 미래과학관, 수학체험관등을 둘러보고 점심식사 후엔 하라주쿠로 가서 메이지 일왕을 모신 명치 신궁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는 이승엽선수가 소속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의 야구경기를 봤으니 말이다. 아마 일본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
다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학생들이 일본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셋째 날 아이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강제로 전쟁에 끌려 나갔다가 전사한 한국인들이 전범들과 함께 합사되어 있는 것도 억울한 데 정치적으로 신사참배를 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일본의 우익에 대해 대단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신사 내에 있는 전쟁박물관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된 것이 전 세계적으로 필연적인 결과인 것처럼 설명하고, 전쟁을 통해 고통 받은 주변국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보다는 전쟁을 합리화시키고 전쟁 참가자들의 영웅화 작업을 위해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다 이후에 간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약탈, 도굴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일본으로 건너 간 우리의 문화재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대해 분개하고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와 다른 문화를 며칠간의 문화탐방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미 서울에서 네팔, 중국, 미국(미군), 중남미등의 문화를 체험을 경험한 아이들이었지만 이틀에 걸친 탐방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때와 일본문화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과거 한일 양국의 역사에서 비롯된 ‘분노’와 ‘적대감’이 오다이바에서 선진국으로서 발전된 일본의 현재에 대한 ‘동경’과 만났을 때, ‘이겨야한다’는 경쟁심리로 나타난다거나, 하라주쿠에서 마주친 청년 문화에 대한 ‘충격’이,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기다리며 환호하던 야구경기와 일본인들과의 대화를 쉽게 만든 ‘욘사마’등의 한류열풍에 대한 ‘자부심’과 만났을 때는 자문화중심주의에 빠져 문화적 상대성을 잊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한일 간의 역사적 관계가 풀리지 않고서는 아이들도 그런 혼란에서 쉽게 벗어 날 수 없겠거니 싶었다.
#4. 넷째날
오전에 일왕이 살고 있는 황거(물론 일부 개방 된 곳 이외에 들어갈 수 없다)를 들렀다가 본 모임과 3년째 교류하고 있는 ‘스기나미의교육을생각하는모두의모임’의 주선으로 다카이도 중학교를 방문하였다. 30여년 전 이 학교 학생들은 안네의 일기를 읽고 안네 프랑크의 아버지에게 편지와 소감문을 보냈고 이에 감동한 안네의 아버지가 ‘안네의 장미’ 묘목 3그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안네의 장미는 이 학교의 상징이 되었고 ‘안네의 장미 위원회’를 만들어 평화의 상징으로 안네의 장미를 전파시키고 있다고 한다. 부교감 선생님의 안내로 다카이도 중학교 시설을 견학하고 농구부 친구들과 친선 경기를 가진 후, 스기나미구 청소년들과의 교류회 장소로 이동하였다. 20명의 일본친구들과 조를 정해서 다과를 먹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카이도 중학교에서부터 교류회까지 동행한 일본 학생들과 아이들은 무척이나 정이 든 모양이었다. 기껏해야 이름과 나이 취미, 관심사등 신변 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헤어질 때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니 말이다.
1차 세계대전을 통해 고통 받은 안네의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학생들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장미를 선물하였고, 이를 전파하는 다카이도 중학교와, 이번 아이들의 교류회를 보면서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함께 도모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이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처럼 서로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이해할 자세가 마련된다면 그 누구도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게 되고 또 누군가는 용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번 문화탐방은 한일 양국이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공존의 길로 함께 갈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제17호 7면 200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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