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2002년 체제’의 한일관계
1998년 10월 한일 양국간의 정상회담에서 ‘한일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이것이 당시까지의 회담과 크게 다른 점은 정치경제적인 교류나 양국의 우호관계의 확인뿐만 아니라 문화 및 인적 교류에 대해서 ‘연구자, 교원, 저널리스트, 시민 등 다양한 국민 및 지역간 교류의 진전을 촉진하는 것’을 강조한 점이었다. 그 후 양국은 2002년의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2002년을 ‘한일국민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문화, 스포츠, 관광, 학술 등 모든 분야에서의 전면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이러한 사회문화적 교류를 기초로 한 한일관계를 일부 연구자 사이에서는 ‘2002년 체제’라고 일컫고 있다.
‘2002년 체제’의 한일관계가 지금까지 급성장해 온 것은 여러가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때까지 100만명 정도이었던 양국간 여행자의 왕래자 수는 이 수년간 3배에서 4배로 성장했다. 2006년에는 각각 약 230만명, 합계 약 460만명이 한국과 일본을 왕래했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의 지방자치단체간의 자매제휴는 116개로 확대되고 그것을 기점으로 한국 및 일본의 전국에서 인사교류나 문화교류가 실시되고 있다. 또 2006년에는 일본에서 약 200개의 중·고등학교가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것들의 수치는 일본에 있어서의 한국의 존재가 다른 외국과 비교해서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다.
동북아 NGO네트워크의 성장
이러한 사회문화교류를 토대로 시민단체간의 교류가 활성화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일 포럼’, ‘한일역사공동연구기구’ 등 정부에 의해 설치된 민간교류를 비롯해 일본의 많은 학술단체, 스포츠 단체, 시민단체는 물론 국제적 문제와 거리가 멀었던 수많은 풀뿌리단체도 한국의 파트너 단체를 방문하거나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몇 개의 단체는 한국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기축으로 동북아 지역 수준에서의 NGO네트워크 형성으로 발전했다. 환경분야에서는 ‘동아시아 대기행동 네트워크’, ‘한일 습지 네트워크’, ‘동아시아 환경시민회의’ 등이, 여성분야에서는 ‘동북아 여성환경 네트워크’, ‘동아시아 여성포럼’, ‘종군위안부 아시아 연대회의’ 등이, 안보분야에서는 ‘반핵 아시아 포럼’, ‘동북아 비핵지대구상’ 등, 또 그 이외에도 ‘동북아 소비자단체 교류회’, ‘동북아 경제 포럼’,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국제 전후보장 포럼’ 등 동북아의 독자적인 NGO네트워크가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전반에 걸쳐서 한일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한일시민사회 연대의 내용
이들 시민사회에서의 연대에 대해서 일본 내 언론이나 연구자간에서는 현실적인 측면이 보다 높게 평가되어 있는 경향이다. 일본의 NGO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한국단체와 협력해서 실행한 것, 여지껏 일본사회에는 없었던 아시아 국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배울 수 있게 된 것, 또한 이론적인 차원이었던 풀뿌리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국제적 역할이 구체적으로 실천 단계에 이행된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간의 정상회담만으로는 전해 지지 않는 실제 한국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일본의 구석구석까지 제공한 것 등이다.
‘2002년 체제’는 시작된 지 얼마 안돼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겠지만 연간 400만명 이상이 왕래하는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현 단계의 시민단체간의 연대는 아직 발전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국내에 한국의 시민단체가 개입해갈 여지는 많고 또 그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충분히 있다.
피스 보트: 바다 위에서 만나다
한일의 청소년교류를 촉진하는 큰 시도가 2005년에 일본의 ‘피스 보트’에 의해 시작되었다. 피스 보트는 1983년에 대학생에 의해 설립된 시민단체이며 유엔의 경제사회이사회의 자문 지위를 가지는 유엔NGO이기도 한다. 그 주된 활동은 대형객선을 전세내서 수 백명의 젊은이가 3~4개월에 걸쳐 지구를 일주하면서 세계각지를 방문하는 크루즈다. 각 기항지의 NGO나 학생과 교류하면서 지구시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일본과 제 외국과의 역사인식 문제나 동북아의 정치경제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 각지의 방문을 중심으로 하는 크루즈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나 대만, 중국, 동남아 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북방 4도에도 ‘시민단체’로서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왔다. 국제적인 문제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러 간다고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2005년 8월에는 한국의 ‘환경재단’과 협력해서 ‘피스·그린 보트’를 출항시켰다. 한일 양국에서 300명씩, 약 600명의 청소년이 15일간 동아시아의 각지를 항해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문지는 오키나와, 나가사키,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필리핀의 미군기지이었던 수빅이나 베트남, 홍콩 등이다. 특별강사에 의한 세미나도 들으면서 600명의 젊은이끼리 한일 혹은 아시아지역의 역사인식 문제나 환경 문제, 안보나 사회적 문제를 서로 배우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2007년 7월에 제3회의 크루즈도 실시되어 활동은 궤도에 올라 온 모양이다. 각각의 나라를 벗어나 배 위에서의 공동생활을 통해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참가한 누구에게도 귀중한 경험이며 동시에 시민사회의 교류를 생명선으로 하는, ‘2002년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공재로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제14호 16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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