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시민사회
일본 시민사회에 화제가 많다. 지난달 어느 지방은행이 시민단체전용의 펀드를 시작했다. 최고 1천만엔을 5년간 저금리로 융자하는 펀드로 시민단체의 활동 자금이나 설비 자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게 은행의 생각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작업장을 운영하는 어떤 시민단체가 보조금 190만엔을 부정수급 받았다는 사건이 발각되었다. 급여명세를 위조한 것 이외에 미니밴의 구입비용을 중복 회계한 사건이었다. 또 그 다음날인 31일에는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결의가 내려진 것에 따라 일본 내 시민단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정부에 공식사죄를 요청했다.
시민단체라고 해도 그 활동이나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매일 여러 가지 활동이 전국에서 전개되어 새로운 화제가 생긴다. 물론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의 프런티어는 항상 다이나믹하게 변화되고, 그 특징이나 경향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일본의 시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시민사회의 현황과 과제
시민단체의 활동을 촉진하는 의의에 관해 일본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시민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3가지 제도-시민단체에 대한 법인제도, 활동에 대한 세제지원제도, 그리고 시민사회와 정치를 연결시키는 정보공개제도-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전반에 걸쳐서 모두 완성되었다.
세제우대에 관해서는 지방정부 주도하에 지역별의 실시나, 미국에서 실시되어 있는 ‘대중적 지지기준(Public Support Test: 회비수입 및 기부금수입이 총 경상수입의 5분의 1이상인 단체를 세제우대의 대상으로 하는 제도)’의 도입 등 올해 들어도 다양한 제도개선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일본시민사회가 걷고 있는 길 혹은 앞으로의 과제는 이들 제도를 어디까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칼럼에서 지금까지 소개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나 지역통화, 지역정당, 소규모다기능시설, 재팬 플랫폼, 그리고 관민협동(官民協動)으로 지역을 발전시켜 가는 TMO제도나, 고령자 개호를 지역주민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 등은 위 제 제도를 능숙하게 활용한 사례들이다. 이들은 다이나믹한 변화를 계속하는 시민사회의 프런티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주목을 모으고 있는 성공적인 활동이다.
또 다른 키워드: 구미 모델의 흡수
일본 시민사회의 프런티어의 특징이나 경향에 관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 동안 칼럼에서 소개해 온 상기와 같은 사례는 일본시민사회 속에서는 선구적인 존재이지만 세계의 시민사회에 있어서는 결코 그렇지는 않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그것들 대부분은 구미에서의 수입이나 카피와 같은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TMO도, 지역통화도,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또 법인제도나 세제지원 제도 등도 일반적으로 구미에서 실천되고 있는 것이 3년 내지 5년이 경과 후 일본에 도입된다. 그것들이 시행착오나 제도개혁을 되풀이하면서 서서히 일본사회에 정착하거나, 포기되거나 하는 것이다. 구미 모델의 흡수 과정, 이것은 일본의 시민사회를 다이나믹하게 변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이며 따라서 이 ‘과정’을 바로 일본 시민사회의 프런티어라고 하는게 오히려 적절할지도 모른다.
‘일본 시민사회다움’ 이란?
한국에서 일본을 볼 때, 일반적으로 ‘지방 자치 중시의 일본’, ‘고령화 사회 중시의 일본’ 같은 고정적인 이미지가 우선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구미 모델의 흡수를 비롯한 변화의 과정이라는 특징은 간과되기 쉬운 것 같다. 그러나 되풀이 되는 시행착오 속에 이루어지는 변화야말로 일본 시민사회의 특징 혹은 ‘일본다움’이 서려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구미 모델의 실현 자체가 우선되어 성공이나 실패의 가능성이 도외시된 채로 제도가 도입되거나, 단기간의 붐이 전국적으로 순식간에 퍼져가거나, 어떤 하나의 성공 사례가 카리스마적인 주목을 모으거나 한다. 시행착오를 당연한 전제로 새로운 제도나 운동이 ‘차례차례’ 그리고 ‘부랴부랴’ 기세를 부리면서 도입되어 나중에 와서 제도개선이나 노선변경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즉 새로운 제도나 운동을 도입하는 것에 즈음해서는 상당히 급진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전문성보다도 아마추어적인 감각이 강하게 작용된다. 이론적인 면보다 실천적인 면이 우선시되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앞날의 일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활동이 각지에서 다수 전개된다.
그러나 동시에 ‘해 봐야 알 수 있는’ 시민사회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활동의 실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한 과감한 실천은 비록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나 존경이 모은다. 신중한 정책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소수의 아주 중요한 정책분야만이며 기실 일본 시민사회의 내부사정이라는 것은 정말로 엉망진창(?)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도입되어 전국적인 붐이 되면서도 유명무실화된 TMO나 지역통화가 얼마만큼 많이 있을지 모른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는 지역사회의 재생이라고 해도 무슨 효과도 있을지 의심되는 활동이 그 독특한 매력 만에 의해 주목 받은 것도 있다. 피스 보트에 의한 한일공동 크루즈라는 아이디어도 기대효과가 사전에 신중하게 계획된 뒤에 실현된 것이라기 보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라고 하는 성격이 강하다.
개성이나 창조성, 혹은 비합리적이고 아마추어적인 감각이 다이나믹하게 발휘되어 가는 일본 시민사회의 프런티어로 눈을 돌리면, 일본을 더욱 깊이 또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
제15호 16면 2007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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