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티모르' 윤지윤 매니저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 + 자립 청소년 '바리스타'
윤지윤 매니저 |
“다방 커피 찾는 어르신도 계셨어요.” 아담한 동네에 생긴 조그만 카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은은한 커피향을 따라 들어온 동네 주민들은 언제 이런 가게가 생겼느냐며 한 번 놀라고 카페 이름이 특이하다며 또 한 번 놀란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지난달 28일 문을 연 ‘카페 티모르’ 1호점을 3명의 청소년 바리스타와 함께 운영하는 윤지윤 매니저(25)를 만나 커피이야기, 카페이야기를 물었다.
“카페 이름처럼 동티모르에서 나는 커피 원두만을 사용해서 커피를 만들어요.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동티모르 지원 사업으로 해오던 ‘평화커피’와 사회적 일자리 지원 사업이던 ‘바리스타 교육’, 그리고 청소년 지원 활동 등 이 세 개의 사업이 하나로 뭉쳐서 ‘카페 티모르’가 탄생했지요.”
‘카페 티모르’의 정식 직원급인 바리스타 최은영 양(19)이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윤 매니저가 말했다. 처음 마셔 본 동티모르 커피의 첫 맛은 진했고 끝 맛은 개운했다.
평화커피와의 만남
동티모르 커피는 고산지대에서 자라고 농약을 살포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유기농으로 키우는데다가 모든 제조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원두의 모양과 맛이 좋다. 국제적으로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원가에 비해 폭리를 취하고 있어서 동티모르 농부들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공정무역의 일환으로 동티모르 커피를 제 값에 팔 수 있도록 ‘평화커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사업과 더불어 YMCA 청소년 팀에서 멘토링을 담당하고 있는 윤 매니저는 “멘토링을 받는 청소년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마침 사회적 일자리 사업인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청소년들이 있다는 걸 들었고 그 청소년들과 함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냈지요. 이 친구들, 정말 열심히 교육받고 준비해서 저 보다 커피도 맛있게 내려요”라고 말했다. ‘카페 티모르’는 YMCA가 SK텔레콤, KT 그리고 스포츠토토의 후원으로 1천만원의 보증금과 40만원 남짓의 월세로 시작했다.
손님이 많이 몰릴 시간에 찾아갔으나 가게는 한산했다. “아직 홍보 단계라서 많이들 모르세요. 또 오픈날 비가 오더니 며칠 동안 계속 날이 흐려서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밤마다 드림하우스에서 친구들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최은영 양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데, 지난주에는 원플러스원 행사를 했고 어제는 샌드위치를 시키면 아메리카노를 드렸지요. 그리고 커피 내리고 남은 찌꺼기는 동네분들이 갖고 가셔서 방향제로 쓰시라고 가게 밖에다 놔뒀어요.”
‘바리스타’ 멘토링의 결합
‘드림하우스’는 ‘카페 티모르’와 함께 YMCA에서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주거공간이다. 최 양과 윤 매니저, 다른 한 명의 바리스타 청소년과 멘토링을 받는 청소년 이렇게 네 명이 ‘드림하우스’의 주인이다. “집도, 살림살이도, 인테리어 소품들도 저랑 최은영 양이랑 같이 발품 팔아서 돌아다니며 직접 골랐어요. 힘들었지만 즐거웠죠. 그러다가 아직 서울 지리가 낯선 최은영 양이 길을 잃어버려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요.” 윤 매니저가 목소리를 낮추며 들려준 2달의 준비기간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할 때는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윤 매니저다. 졸업 후 서울YMCA 영등포지회 ‘일하는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인턴을 하면서 청소년들과의 어울림에서 즐거움을 느껴 그 뒤로 YMCA전국연맹으로 옮겨서도 청소년 업무를 하게 됐다.
“최장 6개월 동안 ‘카페 티모르’의 재정과 드림하우스 살림 등을 책임지게 되겠지만 차츰 최은영 양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넘겨야겠죠. 그래서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라는 윤 매니저는 “이 친구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서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더 나아가서 이 친구들이 다시 다른 청소년들을 바리스타로, 매니저로 키워낼 수 있게 된다면 바랄 게 없어요”라고 자신의 기대를 밝혔다. ‘카페 티모르’ 1호점이 장사가 잘 돼 수익을 내어서 2, 3호점까지 만들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립과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커피 한잔 이상의 가치
일주일에 쉬는 일요일을 빼고 북아현동 굴다리 근처에서 향긋한 커피향을 따라 가다보면 ‘카페 티모르’를 만날 수 있다. 최은영 바리스타와 윤 매니저가 사이좋게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물론 진하고 개운한 동티모르 커피도 함께.
제11호 17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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