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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유경ㅣ특파원리포트

“이스라엘과 분쟁해도 반유대정서 없다”

특파원리포트-이란을 가다[2]

 

이슬람 국가에서 유대인의 삶 “문제 없다”
시아낙 모르사덱(이란 유대인 커뮤니티 회장·41)

'주류가 법'인 사회에서 소수자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슬람 혁명은 다른 종교에게 무엇을 남겼나? 그런 질문들을 품고 유대인 커뮤니티 회장을 찾아갔다. 물론 허가에서 허가로 끝나는 이란사회에서 유대인 커뮤니티를 만나려면 소수커뮤니티 관련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가 얼마나 솔직히 입을 열어줄까 싶었는데 시종일관 그는 너무 자신 있었다. 테헤란 중심가의 유대인 자선병원 원장이기도 한 시아낙 모르사덱을 찾았을 때 그는 나와의 약속시간을 넘겨 스위스 언론과 열심히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었다. 밖에서 듣자 하니 스위스 언론 역시 나와 관심사가 유사한 듯 했다. ‘(무슬림 주류사회에서) 정말 살기 괜찮냐?’ 그런 기조에서 집요하게 묻는 듯 했다. 내 질문지 역시 그런 삐딱함에서 '전혀' 벗어나 있지 않았다.  

이유경 특파원

이란 유대인 커뮤니티 회장 시아낙 모르사덱(41). 그는 이슬람 혁명 후 이란 유대인들의 처지가 나아졌다고 말한다.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 이맘 코메이니는 당신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는 혁명의 지도자이고 이슬람 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이다. 이란 소수자에 대해 그는 “무슬림과 동등한 존재”이며 “종교적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가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대인 보호에 더욱 강조점을 두었다. 이란 헌법은 ‘시오니즘’과 ‘유다이즘’을 명확히 구분해놓았다. 혁명 후 우리 상황은 나아졌고 법과 정부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란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에 분쟁은 있을지 몰라도 이란 정부와 이란 유대인간에는 갈등이 없다.

이슬람-유대인 평화 기조

-혁명 후 상황이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그렇다. 혁명 직후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인권과 여성권리와 소수자의 권리는 모든 게 향상되고 있다. 물론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 유대인으로 사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엄청난 어려움도 아니다. 대학 진학에도 문제가 없고,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에도 문제가 없고, 심지어 공무원 채용에도 별 문제가 없다. 물론 고위직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나라밖을 여행하는데도 문제가 없고, 심지어 이스라엘도 여행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우리 이란 유대인들의 오랜 역사 때문이다. 우린 이 땅에서 3천년 이상 살아왔다. 이란의 고유 문화 안에 우린 살고 있다. 유일하게 다른 건 종교일 뿐이다.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다.

-혁명 전과 후 유대인들의 삶을 비교한다면.
▲혁명은 모든 걸 바꾸어 놓았기에 단순 비교하긴 어려운데, 예를 들면 혁명 전에 우린 ‘이란에 사는 유대인’으로 불리다가, 혁명 이후에는 ‘이란유대인’으로 불렸다. 혁명 후 이 사회에 더 잘 받아들여진 셈이다.  

-3천년 역사에서 어떤 억압의 시절이라든가…. 종교 폭동 같은?
▲전혀 없다. ‘안티세미티즘’(anti-semitism, 반유대주의) 현상은 이란의 현상이 아니다. 이란에서 종교적 갈등 특히 무슬림과 비 무슬림간의 갈등이란 건 거의 없다. 이 병원을 봐라. 이 병원은 이란 유대인 커뮤니티에 의해 지원받는 유대인 자선 병원인데 환자 90%는 무슬림이다. 이란에는 유대인 게토 하나 없다.

-3천 년간 어떤 갈등도 없었다는 게 놀랍다.
▲‘홀로코스트’ 같은 건 서방의 현상이라니까.

이유경 특파원

테헤란 한 시나고그에서 이란 유대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란은 중동 및 인근 지역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 커뮤니티가 살고 있고 역사도 가장 깊다.

-지난 해 12월 테헤란에서 개최된 ‘홀로코스트 컨퍼런스’(홀로코스트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진 학자들을 초대하여 이란 정부가 주최한 국제회의)에 대한 유대인 커뮤니티 입장은 무엇이었나.
▲홀로코스트를 빌미로 아랍과 팔레스타인들이 고통 받는 것도 용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 역사의 핵심이고 엄연한 역사다. 이맘 코메이니가 통치하던 시기에도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게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우린 이스라엘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랍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우린 반대한다. 그건 비인간적 만행이며 반인권적 행태다.

전쟁나면 유대인 최전선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에너지를 위한 평화적 목적이라는 데…. 믿는가.
▲전적으로. 핵에너지는 우리의 기본권이다. 주변국인 인도도 있고 파키스탄도 있고, 심지어 북한도 있는데, 이란은 왜 안되나? 유대인 커뮤니티는 핵 에너지에 관한 정부를 지지한다.

-폭탄으로 갈 것 같진 않은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치자. 파키스탄은 이미 가졌는데 파키스탄과 우리는 뭐가 다른가? 그러나 난 이란정부가 핵무기를 원한다고 믿지 않는다. 왜냐면 지정학적으로 볼 때 어차피 누구도 이란을 공격하지 못한다. 누구도 이란과 전쟁을 해서 승리한 적이 없다. 이란 이라크 전쟁을 봐라. 우린 (핵무기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 우린 핵무기가 필요 없다. 그 전쟁에 10명 이상의 이란 유대인이 참여했고 일부는 최전선에 섰다. 장담하건대, 누구라도 이 나라를 공격하면 우리 유대인들이 바로 최전선에 설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지만 어쨌든 존재하고 있지 않나. 당신들의 친척도 살고 있고. 불편하지 않나.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린 이 땅에 사는 한 이란의 법을 따라야 하고 우린 이란의 법에 동의한다. 우린 (국가)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미디어가 뒷받침하며 적대적 분위기를 부추기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이란은 민주주의 국가다. 누구든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 발언 이후 3만달러 (약 3천만원)를 이 병원에 기부했다. 이란 대통령이 유대인 병원에 기부한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아흐메디네자드 스스로도 이란 정부가 유대인과는 전혀 문제가 없고, 다만 이스라엘과 문제가 있다고 공표했다.

-재밌는 기부다. 대통령 개인적으로 한 것이었나. 대통령 직무실에서 한 것인가.
▲그가 개인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유대인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이 없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관습이나 선입관에서 오는 차별현상은 있지 않나.
▲예를 들면 고위직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무슬림보다 아주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법으로 치자면 딱 하나 문제가 있다. 그건 유산에 관한 건데, 유대인 가정에서 누군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그가 모든 재산상속을 다 받을 수 있다.

“서로에게 관용하는 분위기”

-당신이 유대인임을 다른 무슬림 이웃들이 알게 되었을 때 반응은 어떤가.
▲전혀 문제 없다. 이란에는 서로에 대해 관용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 관용은 어디에서 오나.
▲이란 문화의 본질이다. 우린 오랫동안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왔고 그런 역사에서 개발된 거다. 심지어 중세시대에도 관용이 존재했다. 중세기간 유럽에서 ‘반유대이즘’이 극성을 부릴 때도 이란에서는 유대인들이 별 탈 없이 살아왔다. 이란 역사에서 반유대인 현상은 존재한 적이 없다.

-히잡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유대인 여성을 포함하여 무슬림이 아닌 여성도 히잡 착용이 법으로 강제되고 있다.
▲히잡은 유대인 전통이기도 하다. 유대인 규율에 따르면 결혼한 유대인 여성은 모두 히잡을 착용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린 이 사회에서 유사한 존재로 살기를 바란다. 이란에는 특별히 유대인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조차 없다.

-강요된 개종 현상은.
▲전혀 없다. 아마 있다면 한 명 이하정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했던 카타미 정부는 보다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정부로 간주되는데, 그 정부 하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란 정치는 대통령이 디자인하지 않는다. 그건 최고 지도자(종신직)의 몫이다. 그래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 지난 28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유대인은 왜 그렇게 강하게 뭉치나.
▲아빠나 엄마 이름을 바꿀 수 있는가. 그건 정체성의 문제다. 그러나 우린 아얏톨라(시아 종교 지도자)하고도 사이가 좋고 조로아스터교도들과도 사이가 좋다.

-히브루와 파르시(페르시안 어)중 어느 게 당신의 모국어인가?
▲파르시.


 

“시오니즘과 유다이즘은 다르다”
이란 사는 소수 종교·민족 ‘관용’과 ‘융합’  

이란은 시아 이슬람 공화국이다. 시아 이슬람이 관습과 문화를 넘어 법이다. 얼굴과 손만 드러내야 하는 여성들의 히잡도 단순히 문화가 아니라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 국민 100%가 모두 시아 무슬림은 아니다. 약 8%가 수니 무슬림이고,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기독교 등 소수 종교자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17세기경 수많은 수니 무슬림들이 시아로 개종한 결과 시아가 주류로 번성해왔으니 시아 이슬람의 역사는 되려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이란의 토종 종교는 본래 조로아스터교였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이란 7천만 인구 중 약 3만 명 정도로 추산 현재 아주 작은 비율로 남아 있다.

중동에서 유대인 가장 많아

더욱 놀라운 건,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유대인이 (이스라엘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는 나라라는 점이다. 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약 3만 정도가 해외이주로 떠났고 현재 약 5만~6만이 살고 있다. 3천년 전 바빌론 유수 이래 정착하고 살아온 이란 유대인들은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유대인 커뮤니티다. 이스라엘을 국가로도 인정하지 않는 이란, 그 '적'을 겨냥하여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열심히 지원하고 있는 이란, 그리고 2005년 당선 이후 간헐적으로 흘러나온 아흐메디 네자드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과장되었다” 발언까지. (이게 외신을 타고 '홀로코스트 부인'으로 보도되었고 이란 사회 내에서도 그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있다는 데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란 내에서 유대인들이 어떻게 버텨날까 싶은 생각이 은근히 솟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현실은 ‘평온’했다.

이유경 특파원

테헤란 한 시나고그 입구 벽에 이슬람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탄압도 학살도 없었다

이란 특유의 정돈된 질서, 종교근본주의의 오랜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박멸되지 않는 관용의 분위기가 소수 종교자에게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속주의(Secularism) 국가’ 인도에서는 쉽게 타오르는 종교 폭동이 시아 이슬람 공화국 이란에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다. 단, 바하이즘(Bahaism, 이슬람교 종파의 하나로 모든 종교의 근원은 같으며 나아가 남녀평등과 국제 평화를 강조)은 예외다. 시아 이슬람의 ‘이단’으로 간주되는 이 바하이즘은 불법이고 탄압도 학살도 당한 바 있다.  

테헤란=이유경 특파원 penseur21@hotmail.com

 

제11호 10면 2007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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