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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민족&평화

“그때 광기어린 폭력을 보았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 1년, 평택을 돌아보다

국가 폭력에 의한 생존권 침해,미군기지 이전 국회 청문회 해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 터인 황새울 들녘은 이제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성토작업을 위해 논들 가운데로 도로가 나고 번질나게 덤프트럭이 드나들면서 흙을 퍼 나른다. 그곳에서 언제 농민들이 볍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벼가 수런수런 커가다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이제 그곳에 살았거나 알던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성토작업이 끝나면 그곳에는 전투기들이 어느 나라인가를 공격하거나 공격을 연습하기 위해 뜨고 내리는 활주로가 될 것이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미국의 전쟁을 위해 주둔하는 미군들의 숙소와 부대시설들이 들어설 것이다. 그 한편에는 18홀의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다. 황새울을 비롯해 대추리, 도두리 일대 갯벌을 농토로 만들기 위해 피땀 흘렸던 농민들. 그들이 일제에 의해서, 미군에 의해서 쫓겨났던 역사는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그 황량한 전쟁기지가 사실은 목숨 걸고 농토를 일군 그들이 질기게 살아남아 그곳에 아름다운 마을과 공동체와 들녘을 가꾸었고, 4년여 동안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다 서럽게 떠났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는 기록만이 남게 될 것이다.

 

황새울 들녘은 이제 폐허

‘여명의 황새울.’ 1년 전인 2006년 5월 4일, 군인들이, 경찰들이, 용역경비들이 야음을 틈타서 마을과 들에 쳐들어왔다. 작전명대로 여명에는 이미 마을과 들은 야수처럼 날뛰는 그들에 의해서 포위되었다.

그들을 막으려는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단체들의 회원들은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피 흘리며 끌려갔다. 당장 밥 굶으면서도 아이들 공부시키려 쌀 한 말씩 모아서 세운 대추분교 벽들은 그들의 피로 범벅이 되었다. 신부님들이 지붕에서 농성을 벌이다 내려오자마자 대추분교는 주민들의 몸부림에 아랑곳없이 잔인하게 파괴되었다. 그날 헬기는 하늘을 날아와 들녘 곳곳에 철조망을 떨어뜨렸고, 잘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은 방해하는 민간인들을 진압할 수 있는 진압봉을 휴대한 채 철조망을 설치했다.

안성천에는 부교를 띄어 트럭으로 장비들을 실어 날랐다. 육해공, 입체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날 그들에 의해서 524명이 연행되었다. 그들은 법원이 내준 영장을 들고 마을도 들도 파괴했다. 미군들의 전쟁기지를 확보해주기 위해서였다.

평택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과 평택지킴이들은 엄청난 국가폭력에 맨몸으로 저항했다. 주민들에게는 일제 사전 설명도 없이 그곳 농토와 마을을 미군기지 확장 터로 확정해주었고,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종합계획을 2008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그 평택미군기지가 사실은 용산미군기지가 단순히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2사단까지 옮겨오는 것이라는 점, 주한미군은 방어형 주둔군이 아니라 공격형 신속기동군으로 성격이 변화된 것이란 점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그 미군의 군사전략에 의해서 언제고 연루되어 전쟁당사국이 되고, 그럼으로써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이게 되는 일인데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우리 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저장고를 만드는 일이므로 당연히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저지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싸웠고, 평택지킴이들이 싸웠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한미동맹은 포괄적인 동맹으로 경제침략(한미FTA)과 동시에 군사침략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 한미동맹의 군사적 완성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에 1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반환되는 미군기지들은 환경오염을 치유하지 않은 채로 돌려받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 생명과 평화와 인권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상대로 군인까지 투입하여 전쟁을 한 날이 2006년 5월 4일이었다. 그 뒤 대추리, 도두리 마을 입구에는 경찰 검문소가 설치되어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아 마을을 섬처럼 고립시켰다.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밤 밝혀야 했던 촛불도 935일로 내려야 했다.

그 마을을 지키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와 협상하여 지난 3월말 인근 송화리로 이주했다. 그리고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런가.

2008년 말까지 완료하겠다던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은 다시 2012년까지 연장되었다. 아직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으려는 미국 때문에 아직도 종합계획(MP)가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 미군은 한국 측이 부담하는 방위분담금을 8천억 원이나 쌓아놓고, 이자놀이를 했음도 밝혀졌고,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의 지상군 규모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군기지 재배치 재검토를

 

그런데도 평택미군기지 사업을 그대로 지속해야 할 것인가. 평택미군기지나 군산미군기지나 파주 무건리 종합훈련장이나 이제는 모두 현재 변화된 시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들이다. 한반도가 왜 미국의 군사전략을 위해서 땅도 돈도 내주고, 훈련장도 내주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다. 미군기지 이전협정을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재검토하고, 정부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 이 땅의 평화세력은 이제 주한미군 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논의해야 하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해소할 군축논의에 불을 붙여야 한다. 평택투쟁은 그래서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고,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폭력의 광기로 평화적 생존권을 짓밟은 정부의 야만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빼앗겼지만 언제고 다시 찾아야 할 땅, 대추리, 도두리를 기억해야 한다. 평화가 간절한 만큼 더 절실하게, 그러기에 1년 전 5월 4일을 잊을 수 없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제2호 17면 2007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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