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가 여론조사를 통해 해군기지 유치를 전격 결정함에 따라 해당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절차 민주주의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론조사에 따라 유치가 결정된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결정을 한 강정마을총회의 정당성이 없다”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투표로 다시 결정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제주도 김태환 도지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물은 결과 찬성 54.3%, 반대 38.2%로 찬성율이 높아 국방부가 요청한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후보지로 거론된 3개 읍면동에서 각각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천동 56%, 안덕면 42.2%로 13.8% 포인트가 앞서 대천동 강정지역을 선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여론조사를 통한 ‘편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마을총회 과정의 정당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정마을 해군기지유치반대위원회(위원장 양홍찬)는 지난 1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른 마을에서도 유치결정이 나지 않은 문제투성이 사안을 토론과정도 없이 처리한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며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의 강한 입장을 밝혔다.
반대대책위는 “지난 달 마을 총회 당시 안건은 ‘해군기지 관계의 건’으로 ‘유치’란 말을 빼서 불분명하게 했고, 강정마을 주민 1천500명 중 86명만 참석한 자리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라며 ‘날치기’통과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제주도민 전체와 해당지역(화순, 사계, 위미, 강정)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의 허가가 없어서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김태환 도지사의 입장에 대해 주민들은 "중대사안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도지사, 도의원 선거도 여론조사로 하라"고 꼬집었다.
한편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천주교 제주교구는 이날 저녁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김태환 도지사에게 책임을 묻는 ‘해군기지 반대 시국미사’를 열었다. 현문건 신부는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에 군사기지가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제주도는 4·3항쟁을 겪은 아픔의 땅으로 이제는 화해의 땅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군사기지는 평화를 갈구하는 천주교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제주참여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도의회는 해군기지 유치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군사특위를 재구성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제주도의회는 해군기지 의혹과 관련한 행정조사권을 발동키로 했으나 일부 특위위원들이 사퇴하면서 반쪽으로 전락해 군사특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